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Mar 14. 2024

말하고 싶은 충동이 강할 때, 책이 된다

이제, 3월 말이면 내 책이 발간된다. 60일 동안 진력을 다해 쓴 소중한 책이다. 나에게는 세 번째 책이 된다. 나는 물론 이제까지 열 권 넘는 책을 썼다. 장편소설 네다섯 권에, 단편집 등을 썼지만 발간되지는 못했다. 나는 장편 응모에 지웠했는데, 최종까지 오르고도 번번이 낙방했다. 그 책들은 아직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파일로 남아 있다.


누구나 책을 쓸 필요는 없다.


나는 그런 말을 자주 한다. 어떤 이들이 내게 와서, 나도 책 한 권 써 보고 싶어, 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면 머리가 무거워진다. 사실 그렇다. 책을 쓰는 이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쓸 뿐이다. 폴 오스터가 말한 대로 '작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바람을 가진 모양이다. 자신에게도 책 한 권 써낼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책의 문턱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책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책을 써 내는 작가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교수, 군인, 가수, 배우, 교사, 노동자, 종교인, 기자 등 어느 한 직업으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책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작가라는 타이틀의 문턱이란 결코 낮지 않다. 한 권, 두 권, 세 권까지는 그럭저럭 써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열 권, 스무 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게다가 책의 가치란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즉 책에도 수준이 있고, 나름 가치와 의미가 있다. 오래 남는 책, 여러 번 읽을수록 의미가 새롭게 돋아나는 책, 소장하고 깊이 탐독할 만한 책이란 많지 않다. 그런 책을 써낼 수 있는 작가란 희소하다. 그런 맥락에서, 책의 문턱은 높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나 책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책을 써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책은 일정한 레벨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야 한다. 그게 책이다. 누구나 단편영화 하나쯤은 찍어낼 수 있겠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감동을 주려면 깊이와 내공, 훈련이 필요한 법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에 나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만큼 벽이 높다고 이미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며 얼마나 많은 상대를 제압하고 이겨야 하는지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너도 나도 책 한 권 쓰겠노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찔하다. 책이 되게 쉬운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네?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강력한 동기가 생기고, 강력한 열망이 있다면 도전하라. 그러나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명심하라.


책을 쓰고 싶다,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간단한 신호는 아니리라. 어쩌면 그 희미한 생각이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킬 작은 촛불일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1. 노력

2. 소명의식

3. 헌신

4. 믿음

5. 목표


나는 대략 이 다섯 가지를 작가의 요소로 꼽는다.


1. 노력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많은 시간을, 공 들여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이 순서다. 좋은 건축을 하고 싶은 이라면, 우선은 건축물을 봐야 한다. 곳곳에 산재한 건축물을 직접 보고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책을 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오랜 시간 쌓여야 실력이 된다.


2. 소명의식

작가에겐 무엇보다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내 책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좋은 책을 써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3. 헌신

책은 헌신의 결과다. 자기 자신의 삶과 시간, 노력, 땀의 산물이다. 헌신하지 않고, 그럭저럭 써내는 책이란 한 번 읽을 가치조자 없으리라. 헌신의 결과란 책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가는 헌신으로 만들어지고 그러한 작가가 쓴 책은 깊이가 있고 의미가 있다.


4. 믿음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 해내리라는 믿음 없이는 작가가 될 수 없다. 작가는 최소 10년 정도의 노력과 헌신을 거치고 또 거쳐야 만들어진다. 그 시간을 버티고 한결같이 노력하고 외길을 가려면 웬만한 믿음이 없이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패가 있겠지만, 낙망하겠지만, 그것을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작가를 만든다.


5. 목표

일정한 시기를 잘 버티고 헌신하며, 믿음 속에 끈질기게 노력해 왔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목표다. 어떤 책을 쓰겠다는 목표, 몇 권을 얼마간의 시간 동안 쓰겠다는 목표, 어떤 대중, 어떤 독자를 향해 쓰겠다는 목표는 중요하다. 이것은 작가에게 방향을 주고, 의미를 준다. 어떤 작가도 목표 없이 책을 쓰지는 않는다. 목표는 책의 윤곽을 잡아주고, 책이 산만하지 않으며 명확하고 적절한 단어로 독자를 감동시키도록 돕는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이전 15화 쓸 수 있다는 마음이 쓰게 만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