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써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믿음이다. 물론 한두 줄 끄적거리거나, 낙서 수준의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타인의 영혼에 깃들 수 있는 한 줄의 문장, 타인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글을 쓸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감, 자신을 믿는 마음이다. 내가 쓸 수 있다는 믿음, 반드시 써 내고야 말겠다는 확신이 없다면 실제로 어떤 글을 써 낼 확률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써 낼 것이라는 확신이 실제로 글을 써 내는 원동력이다.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쓰면서, 출간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는 숱한 좌절감을 맞닥뜨려야 했다. 글을 쓰는 순간은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압박감, 절박함, 외로움, 불안을 만나야 하는 순간이다. 경험해 본 독자는 아시겠지만, 이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 순간을 자기 힘으로 극복해 내지 못하면 작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작가는 이 순간을 자기 힘으로 이겨낸 이들이다. 고독과 친구가 되고, 고독에 익숙해지고, 고독 앞에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 이들이 바로 작가다. 그렇기에 작가는 위대하다. 설령 결과가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도 그 과정만큼은 숭고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결과에 절반이 있고 나머지 절반은 과정에 있다. 결과와 과정이란 본질적으로 한 몸이다. 세상 사람들은 좌정이 나빴다고 해도 결과만 좋다면 이를 우상화한다. 결과에 광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군중의 행동 경향이다. 군중은 고독한 과정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어떤 작가가 성공적인 결과에도 기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의 대부분 만족할 수 없는 과정 때문이다. 군중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글을 쓰다가 벽에 봉착했을 때, 잠시 쉬어 간다. 나에게는 그 벽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내가 글을 써 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음악을 크게 듣기
-산책하기
-며칠 동안 글을 쓰지 않기
-아예 다른 활동에 빠지기
-영화 보기
-사람을 만나기
-여행
-독서
이것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즉 글을 쓸 때 벽에 막히면,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비단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적용되고 스포츠나 예술 활동에도 적용된다. 롱텀 게임에 참가한 이는 이렇듯 자기만의 다른 활동을 가지고 있다. 다른 활동 없이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하려고 하는 과업을 순조롭게 완수해 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작가들이 산책을 즐기고, 타인을 만나고, 토론하고, 여행을 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무언가를 완성해내기 위한 움직임이요, 부단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신이 반드시 해낼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써 내고 말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없다면 다른 활동을 할 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으리라. 그러니, 믿음은 계속 써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료다. 이 연료 없이는 한 권의 책이 완성되지 않는다. 적절한 단어가 모여 훌륭한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고, 그 문장이 모이고 이어져야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벽돌을 하나씩 정성들여 쌓아 건축물을 완성해내듯이 책도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모든 건축물, 모든 책은 믿음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어떠한 형태를 가진 결과로 완성되리라는 믿음이 없이 그 어떤 건축물도, 그 어떤 책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믿으라.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암시하라.
완성된 결과물을 마음 속으로 그리라.
벽에 부딪히면 다른 활동으로 쉬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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