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무서운 점은 분명 지금의 상황과 감정이 그때와는 명확히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떠올리는 것만으로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를 순식간에 불러온다는 점이다.
이 글의 첫 단어인 '추억'을 읽은 순간, 당신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감상에 젖어야하는장면일 것이며, '추억'을 타이핑을 치던 순간의 나와 같았을 거다. 추억은 성능이 쓸데없이 좋은 뜰채라서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을 먼저 보여주기에 내리깐 눈 앞에 그와의 치졸했던 마지막 대신 반짝이던 첫 순간을 그려준다. '추억은 사랑을 닮아 난 자꾸 돌아보겠죠-'라는 박효신의 노래 구절이 오래 사랑받은 이유랄까.
나 역시 너에게 처음의 반짝이는 순간으로 자꾸만 떠오르길 바라지만, 동시에 다른 이와 새롭고 예쁜 추억을 쌓길 바라는 것도 아주 진심이다. 그래야 아직 오지 않은 시절에 우리가 마주보며 웃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너를 마주칠 그 순간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할테다. 인생의 한페이지를 예쁘게 꾸며주어 참, 고마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