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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 Oct 23. 2023

Chapter04. 잡다한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의 상황을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입장만을 피력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관계에 있어 '내가 원하는 만큼만' 받거나 줄 수 없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만큼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그를 탓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이도 항상 적절하고 옳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어른이 되었다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나이를 먹고, 원해서 알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의지와 다르게 시간을 타고 성장했고, 그렇게 의지와 달리 알게 된 것들은 잘 알면서도 이해하기 싫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까운 이가 차마 이해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이런 말을 내뱉곤 한다.

"그래도 니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너만은 나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며, 너만큼은 어쩔 수 없는 상황 같은 것은 없다며 상대의 변명조차 차단하고 싶을 때 그런 우스운 말을 건넨다. 그런데 아무리 그가 가깝고, 내가 나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이다. 가족, 친구, 연인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가끔 돌아보기 부끄러운 감정에 휩싸이고 못난 내가 가득 담긴 말을 뱉게 되는 날이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뱉은 실수를 최대한 주워 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심술에 가득 차 순간 못난 말을 내뱉었더라도 감정을 차분히 한 다음 그땐 왜 그렇게 심술이 났는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를 말하고 못난 자신을 인정한 뒤에 정확히 사과해야 한다.

 누구나 어른의 무게가 버거워서 아이처럼 떼쓰고 싶은 순간이 온다. 가끔은 그럴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당신도 어른이 된 것이다. 새해가 되면 바뀐 연도수에 적응해야 하듯이 어른이 된 나에게 적응해야 나 자신에게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의 어른 적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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