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드라마 #4화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by 세령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 2화에서 주인공 지호(정소민 배우)는 이런 내레이션을 한다.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이 독백 두 줄이 아직 대학생이던 내게 인생의 무게, 꿈의 무게를 어렴풋이 전달했다. 이 대사 말고도 그 어렴풋한 여운을 남기는 다양한 말들을 뱉어내고는 드라마는 종영했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이 흘러 나도 삶의 무게가 무언지 조금은 알 정도로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을 무렵, 퇴근 후에 어김없이 OTT 목록을 내리다가 이 드라마를 다시 마주쳤다.

어떤 작품이든 스무 살 무렵과 서른 살 무렵의 감상 후기가 꽤 달라지지만 이 드라마는 특히나 내가 나온 시간을 실감 나게 했다. 보는 내내 느껴지는 감정이 이전과는 달랐다. 예를 들어 예전엔 큰 감동이 없었지만 극 중 마상구(박병은 배우)가 수지(이솜 배우)에게 건네는 이 고백 아닌 고백이 얼마나 이 사람에게 내 인생을 주고 싶은 말인지도 다시 깨달았고.

한 번쯤은 제대로 세상을 붙잡고 서서 얼굴 마주 보고, 말해야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시작하면, 난 니 옆에서 버틸 준비가 돼있어.

유난히 서른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어른과 아이 사이 과도기인 서른 즈음에는 참 조용할 날이 없어서 인 듯하다. 실제로 모두가 일, 연애, 결혼, 육아 등등 서로 다른 문제로 지지고 볶다가 각자의 사연을 뚝딱 만든다. 나도 참 정신없이 살고 있는데 우연히 마주친 이런 드라마가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면 그게 참 위로가 된다.

당신도 혹시 서른 즈음에서 방황한다면,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린 아직 어른이 되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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