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트만두에 돌아와서
트레킹을 모두 마치고
다시 낡은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날.
버스는 울퉁불퉁 먼지 날리는 길을 한참 달립니다.
버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간식도 나눠먹고
밥도 먹고, 잠시 눈도 붙이고 하다 보니
다시 카트만두입니다.
뿌연 공기와 시끄러운 엔진소리, 경적소리
카트만두 맞네요.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풉니다.
창문을 열어두고, 밀린 빨래를 했어요.
다시 카트만두에 머무는 동안
조금의 여유를 부려보려고 합니다.
게으르고 알찼던 일주일을 보여드리죠.
먼저 루파 아주머니네 식당을 찾았습니다.
산에서 먹은 음식도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내려와서 먹는 음식이 더 맛있네요.
두부김치와 라면, 김밥을 먹었습니다.
낮에는 가끔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동네 꼬마들, 청년들과 어울려서
같이 공을 차고는 했지요.
참고로 카트만두의 해발고도는
1000M가 조금 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한번 신나게 달리면
숨을 헐떡이고는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달리면 헐떡이기는 하네요.
기분 탓이었으려나요.
네팔 친구인 아밋입니다.
저는 네팔의 변요한이라고 부르는데
꽤나 미남입니다.
아무튼
랑탕마을에서 만났고 함께 하산을 했던 친구입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지요.
아밋과는 금방 친해졌어요.
얼마 뒤 집에 초대를 해주었습니다.
루파 아주머니가 그랬듯
선물로 티베탄 카타를 주었습니다.
머리에 쓰는 귀여운 다카토피도요.
네팔과 티베트 쪽 사람들이 즐겨 먹는
뗌뚝입니다.
수제비 같은 음식이에요.
맛이 참 좋아요.
한국음식이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참고로 아밋은
혹독한 훈련, 엄청난 경쟁률을 이겨낸
역사와 전통의 구르카 용병입니다.
현재는 영국군에 소속되어 있어요.
아밋이 사용한다는 칼을 잡아보았는데,
날이 정말 예리하고, 묵직합니다.
등골이 오싹하다는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동네 구경을 하다가
아밋이 자주 가는 이발소에서
이발을 했습니다.
짧은 머리카락이어서 이발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멋지게 스크래치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언뜻 보면 냉면육수 같지만
머리 감는 물입니다.
진짜 머리 감는 물이에요.
*숙소에 돌아와 다시 빡빡 감았습니다.
아밋 집 근처에 있는 부다나트 스투파입니다.
이곳도 불교의 성지 중 한 곳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스투파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절을 하기도 하고,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잠시 멈추어 섰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인데요.
500원 정도 합니다.
[뽈레코 머커이]라고 불러요.
뽈레코는 구워지다는 뜻이고
머커이는 옥수수래요.
군옥수수예요.
이번엔 제가
아밋과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몇 번 방문했던 한식당에 갔습니다.
다들 맛있다고 해서 뿌듯했어요.
쌈을 특히나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같은 날
네팔에서의 여정을 계속 함께하던
상준형님이 제 생일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감사드려요.
가끔 늦잠을 잡니다.
숙소 옥상에 올라가 친구들과 기타를 쳐요.
늘 그랬듯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러다 졸리면 또 낮잠 자러 갈 때도 있습니다.
꼬박꼬박 밥도 잘 챙겨 먹고요.
한 번씩 오토바이 뒤에 타고
조금 멀리 나가기도 합니다.
숙소 밖 친구들도 만나구요.
하루는 인도 비자를 발급받아보려고
대사관을 찾아갔는데,
발급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다시 터벅터벅 돌아왔습니다.
마침 돌아오는 길 운동장에서
동네 꼬마들이 축구를 하더라구요.
한참 구경을하였는데,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 곳에 가던 항상,
프로축구경기가 있는지 알아보고는 합니다.
네팔리그는 시즌이 종료되어서 아쉬웠는데,
알고보니 시즌 이후에 별개의 리그를 운영하더군요.
[네팔슈퍼리그]라는 리그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네팔이라는 나라는
투박함이 참 매력적인 곳인데,
축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장 안팎으로 보이는 무질서한 모습
그리고 그 속의 질서
한 나라의 최대 규모 경기장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낙후된 시설, 무언가 단순한 선수들의 플레이까지
그런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어두운 카트만두의 밤입니다.
숙소, 식당, 과일가게
너 나 할 것 없이,
촛불을 꺼내 불을 켭니다.
랜턴을 비추기도 합니다.
꽤나 큰 정전이 있었거든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아주 어두웠답니다.
30분 정도가 지나고 복구되었어요.
밤길이 어두워 불편하긴 했지만
하늘의 별은 또 기가 막혔습니다.
이렇게 카트만두에서의
게으른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다시 배낭을 꾸립니다.
잠시 카트만두를 떠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