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리고요. 나마스떼
네팔에서의 한 달을 보냈습니다.
저는 인도로 갑니다.
카트만두에서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탈 겁니다.
2022년 처음 네팔에 왔을 때,
수많은 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저는
네팔에 오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네팔에서의 여정이 끝나면 어디로 갈 건지
라는 질문을 종종 했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인도에서 왔고,
인도로 갈 거라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당연히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해졌죠.
언젠가 한 번은 가겠지 했는데,
이번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지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타지마할이라던지,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와
성스러운 갠지스강의 화장터가 있는 곳,
혹은
소매치기, 사기꾼, 강도, 길가에서 용변 보는 사람
같은 나쁜 위생관념과 낮은 시민의식의
위험한 나라, 그리고 대기오염이 최악인 나라
이 정도로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거든요.
이야기와 소문은 충분히 많이 들었으니,
이제 직접 가보는 겁니다.
자 다시 떠날 때입니다.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데요.
근데 이것 참
또 배탈이 났습니다.
지난밤 마신 우유가 문제였습니다.
호스텔 옥상에서 오레오와 우유를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호스텔 사장님이 그걸 왜 먹냐고 하더군요.
오레오랑 우유 같이 먹으면 맛있으니까요.
라고 대답하니,
그건 자기도 아는데, 네팔 우유는
끓여 마시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랍니다.
아.
그렇게 다시 배탈이 났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시고 기침을 많이 하시던
같은 방 할아버지 침대 위에 건강 잘 챙기라는
짧은 글 적힌 엽서를 올려두고
숙소 밖으로 나갑니다.
혼자 다닐 때는 보통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빠르거든요.
공항 가는데 시간 여유가 조금 생겨서,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들렀습니다.
힌두교도들의 성지인 이곳에서는
화장이 진행됩니다.
처음 네팔에 왔었을 때,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삶 그리고 죽음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그런 곳입니다.
혹 카트만두에 가신다면
방문 추천드립니다.
사원에서 공항까지는 10분 정도 걸립니다.
트리부반 공항은 아주 작아요.
짐도 올리고요.
잘 부탁합니다.
네팔항공입니다.
굉장히 네팔스러운 비행기고요.
승무원분들 유니폼이 멋졌어요.
어제도 오늘도 뿌연
카트만두 상공을 날아 떠납니다.
안녕. 카트만두.
저는 기내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군 입대 전 현섭이랑 베트남에 간 적이 있는데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너무 피곤했던 현섭이가
기내식을 안 먹어서 제가 두 개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베트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개 먹으니까 참 좋았습니다.
아무튼 배탈의 여파로 인해
정말 이례적이게 음식 대부분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베지, 논 베지 옵션이 있습니다.
보통 비프 올 치킨인데,
네팔, 인도 항공사는 보통
종교와 식문화 때문인지,
육식(치킨), 채식 중에서 선택을 하게 하네요.
저는 치킨이요.
한 시간이나 비행했을까,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사실 델리에 도착한 줄도 몰랐어요.
밖이 하나도 안 보여서 구름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말로만 듣던 델리의 대기오염이었던 거죠.
이렇답니다.
가방도 잘 도착했습니다.
저는 뉴델리 파하르간즈로 갑니다.
델리의 여행자거리죠.
지하철이 꽤 잘 되어있는 거 같은데,
공항철도가 있습니다.
이제 긴장 좀 해야겠습니다.
누가 언제 저의 것을
탐할지 모릅니다.
꽁꽁 잘 숨겨야 해요.
파하르간즈 근처, 뉴델리역에 내렸습니다.
사기꾼 열명, 열댓명 정도는 기본이네요.
달려들어서 툭툭타라고 하던데,
사기수법이 아주 다양해서 재밌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멘트는
퇴근시간이라 추가요금이 있다.
시위로 인해 돌아가야 해서 요금이 많이 나올 거다.
걸어서 못가는 거리다. 등등 있네요.
당연히 다 구라죠.
파하르간즈까지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네팔이랑 인도는 확실히 달라요.
당시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진입니다.
꽤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걷다 보니 숙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스프링클러스라고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꽤나 알려져 있는 숙소입니다.
근데 여기 직원도 바로 사기를 치더군요.
숙박비가 수시로 바뀌어서 돈을 더 내라나 뭐라나요.
그러다 자기 네팔 사람이라고 제게 반갑다고 하던데,
제가 봤을 때는 그거도 구라입니다.
참 스프링클러스에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을 함께했던
상준님과, 프랑스친구 기욤을 만난 거죠.
상준님은 콜카타에서 기차를 타고 델리로 오셨고
기욤은 어제인가 그제 카트만두에서
비행기 타고 델리로 왔다네요.
사실 랑탕 다녀온 이후에
타멜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너무 반갑고 신기했는데,
파하르간즈의 많고 많은 숙소 중에서
같은 숙소에 묵다니
아무튼 별일입니다.
왼쪽 사진이 상준형님 오른쪽이 기욤이고요.
기욤 왼쪽에 안경 쓰고 있는 웃긴 친구는
제이라고 첸나이에서 왔다는데,
저놈도 저거 사기꾼이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모였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본 아이코닉한 간판입니다.
파하르간즈에 가면 볼 수 있는데요.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알파벳 몇 글자가 아닌
그 이상의 메시지와 영감을 줍니다.
all iz well 혹은 no problem이라고 하죠
앞으로 몇 주동안 인도에 있을 예정인데,
별 문제없으면 좋겠습니다.
별 문제없으면 좋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저의 희망사항일 뿐
대략 한 시간 뒤,
누군가 상준형님의 휴대폰을
낚아채 도망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