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상준이형
상준이형, 그는 누구인가
지난번 태국에서 네팔 입국할 때
상준이형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만나
네팔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인도에서 다시 우연히 만난 상준이형입니다.
상준형님은 지난밤,
휴대폰을 도둑맞았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우버를 부르는 중에
오토바이 탄 친구들이 낚아채갔고
기욤이 쫓아갔지만 역부족이었답니다.
(소방관 출신 기욤은 달리기가 꽤 빠릅니다.)
소매치기나 좀도둑은 이야기로만 들었지,
제 주변인에게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가끔 이렇게
해결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나더군요.
아무튼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기약 없는 일정의 여행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말이죠.
급기야 바로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네요.
친구들과 상준이형을 설득했습니다.
여정을 더 이어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죠.
한참 고민하던 상준이형은
여행을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선 델리는 빨리 떠나겠답니다.
이러다간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서
인도를 너무 싫어하게 될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작동이 되나싶은 오래된 중고 휴대폰을 샀고,
(참고로 이때
또 사기당해서 집 돌아가려고 했답니다.)
암리차르로 떠나, 파키스탄 국경을 넘었습니다.
너무 좋았답니다.
도중에 귀국해서 파키스탄
안 왔으면 어떻게 할뻔했냐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상준이형은 스리랑카까지 여정을 이어나갔습니다.
미얀마. 네팔,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긴 여정을 이어가던 상준이형은
어느 날 돌연 귀국했습니다.
순대국밥에 소주가 너무 먹고 싶더래요.
밑창이 다 닳아진 운동화를 신고
랑탕계곡을 올라가던 진짜 사나이 상준이형,
상준이형에게 왜 여행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나의 진정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답니다.
때로는 간사해지고, 추해지고
그러다가 인류애가 피어나기도 한데요.
그렇게 경험하고, 본인도 돌아본다네요.
여정들을 쭉 돌아보니 진짜로 그렇더군요.
많이 배웁니다.
그렇게 상준이형은 암리차르로 떠났습니다.
네팔에서 만났던 기욤과 새로운 룸메이트 단지
우리 셋은 델리에서의 여정을 이어갑니다.
(단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교환학생으로
저기 멀리 펀자브 찬디가르에 왔는데요.
도둑맞은 여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브라질 대사관이 있는 델리로 왔습니다.
이름이 단지예요. 귀엽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직 배가 좀 아프기도 해서
간단하게 토스트와 오믈렛을 먹었어요.
그리고 한국으로 택배를 보냈습니다.
네팔 랑탕 트레킹 할 때 썼던 짐들, 그리고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짐들을 보내기로 했어요.
(비니, 장갑 등 동계용품 및 작은 기념품들)
파하르간즈에 있는 [나빈가게]에서
택배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심카드, 기차, 버스 티켓예매, 여행상품 패키지 등
취급하는 여행사인데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고요.
무엇보다 가게주인 나빈씨에게는 주인의식이 느껴집니다.)
*근처에 택배 대행업체가 꽤 있는데
대체로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그냥 제 사진입니다.
아! 저 때 참 패기 있었는데!
뉴델리는 계획도시라고 하네요.
도로가 널찍합니다.
매연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노란색 초록색 툭툭의 색은
툭툭 튀네요. 으하하.
인디아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델리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데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인도군인들을
기리기 위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인도의 소녀들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K팝 특히 BTS를 아주 좋아하고요,
한국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이번엔 제 카메라에도 담아보았습니다.
기욤도 한국인인척 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네요.
반대로 인도의 남자들은
대체로 K팝과 BTS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남자답지 않다며 방방 뛰어댑니다.
(이렇게 싫은 티 팍팍 내는 인도남자들도
딱히 남자답다는 생각은 안 들기는 합니다.)
인도친구들 7명 대 BTS멤버 7명이
패싸움을 한다고 하면
저는 BTS에 전재산을 걸겠습니다.
후마윤의 무덤이라는 곳입니다.
무굴제국의 옛 황제인데,
무덤을 아주 호화롭게 지어놨다네요.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근데 무슨 입장료가 15배 차이가 나네요.
인도사람인척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기를 잘한 거 같아요.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 트레스코라송스에서 온 단지,
프랑스 파리에서 온 기욤,
그리고 대한민국 전라남도 광양에서 온 나,
피부색. 생긴 것도 다르고, 나고 자란 곳도 다르고,
생각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지금 이렇게 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자가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많이들 하죠.
여성인권이 많이 낮다는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 툭툭에 적혀있던
아이러니한 캠페인문구입니다.
저희는 하루사이 꽤 많이 친해졌습니다.
다음날, 크고 좋은 숙소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택시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갔는데,
사진과는 전혀 다르게 생기고 엉망인 방이 있었고
저희는 다시 다른 숙소를 알아보았죠,
이제 이런 일은 일도 아닙니다.
다른 숙소로 옮기기 전,
간단히 장을 봤습니다.
특이한 점은 채식마켓이어서 육류가 없었어요.
또 택시를 타고 한참 달려
뉴델리 변두리에 있는
새로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호스트는 숙소가 청소되어있지 않았으니,
30분만 기다려 달랍니다.
인도의 30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시나요?
물어볼 때마다, "딱 30분 더",
"10분만 더", "거의 다 되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늦은 밤이 되었습니다.
아까도 그랬듯,
이런 건 이제 일도 아닙니다.
기다리라고 내어준
그 방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작은 방에서 친구들과 *올드몽크를 잔뜩 마시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노라는 게임을 했는데요.
올드몽크를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자고 일어나서는
어떻게 하는지 다 까먹었습니다.
*꽤 유명한 인도의 럼입니다.
지금도 인도 다녀올 때면
1병씩 사 오고는 합니다.
그래도 깔끔하고 넓은 숙소였습니다.
단점이 조금 있다면
따뜻한 물이 잘 안 나오더군요.
12월의 델리는 꽤 쌀쌀한 편이라
샤워할 때마다 고생을 좀 했습니다.
숙소 한번 옮기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요.
기욤도 지쳐 보입니다.
푹 쉬다가 동네 구경을 좀 해보기로 했습니다.
동네 근처 쓰레기장에 돼지가 한 마리 살더라고요.
기욤이 한 장 찍어주었습니다.
근처 고속도로인데
자전거도 다니고, 사람들도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걸어 다닙니다.
지금 보니까 인력거에 오토바이가 실려있네요.
고속도로 근처 쇼핑몰에 한번 들렀다가 오니
어느덧 밤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멀고 어둡기도 해서
툭툭을 한대 타고 왔는데요,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내리라더라고요.
왜 내려야 되냐고 물어보니까
델리와 구르가온(델리 근교 도시)
경계를 넘을 때는
그 도시의 툭툭으로 갈아타야 한답니다.
숙소가 델리와 구르가온 경계에 있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바로 툭툭기사들이 몰려들더라고요.
이게 처음에는 참 아찔합니다.
툭툭기사들이 열댓 명씩 달라붙을 때가 있거든요.
가방을 낚아채가면서 자기 툭툭에 싣고
타라고 하기도 합니다.
항시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밤길이다 보니 툭툭를 다시 갈아탈까 했는데,
도시 경계와 숙소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야시장을 구경하면서 걸어왔습니다.
밤에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사람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도난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조용하고 음침한 골목길보다는 아무래도 나은 거 같아요.
아무튼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아주 활기 넘쳤습니다.
걸어오길 잘했어요.
인도는 배달 시스템이 잘 되어있더라고요.
밤에 출출해서 비리야니 시켜서 먹었습니다.
흙 도자기에 담아져서 오는데,
뚜껑과 그릇 사이에 빵 반죽을 발라 굽습니다.
저거 이제 부숴서 먹는 거예요.
델리에 며칠 더 있을 예정인데,
꽤 피곤하네요.
바쁜 하루였습니다.
참 내일은 기욤이 새 친구를 소개해준답니다.
갑자기 왠 친구가 오느냐고 물어보니까
지금 프랑스에서 비행기 타고 오고 있데요.
다음날 아침에 오면 인사하잡니다.
어허 참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