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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탈출

델리여 잘 있거라

by 아비티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 보니

친구들 몸상태가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한참 비몽사몽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거 보통 상황이 아닙니다.


'쿵'


갑자기 기욤이 기절했습니다.


진단중..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지난밤

제가 잠든 사이 친구들은

기분이 좋아지는 나쁜약을 시도하였고

그중에 기욤이

부작용으로 두통과 탈수증세가 생긴 거죠.


그렇게 기욤은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다행인 부분은

기욤과 언슬리는 둘 다 소방관이라 그런지

아주 침착합니다.


언슬리와 저는 동네 근처를 돌아다니며

혈압체크하는 기계를 하나 샀습니다.

언슬리가 기욤의 혈압을 체크해 봅니다.


탈수증세가 갈수록 너무 심해집니다.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기만 하면 기절을 하더군요.


일어서기만 하면 계속 기절하던 기욤,

급기야 나중에는 기어서 화장실에 가더라고요.


수분섭취 계속하면서 좀 쉬면

괜찮아질 거 같다고는 합니다.


썰 푸는 중


넘어지면서 볼에 상처가 생겼네요.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기욤은 안정을 취하며 저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고 하고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또 일이 터집니다.


긴급상황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하던 기욤이

갑자기 병원으로 가잡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답니다.


언슬리가 기욤을 업기로 하고,

저는 뛰어다니며 택시와 툭툭을 찾았습니다.


겨우 잡은 툭툭을 타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발견


찾아간 병원이 문을 닫은 바람에

다른 곳을 찾아, 또 한참을 뛰어다녔는데,

10분 정도 뛰어다닌 뒤에야

마침내 문을 연 병원을 찾았습니다.


만병통치약 링겔


당연히 의사 선생님에게

나쁜약 했다는 사실은 숨기고

술을 많이 마셔서 토를 하고 소변을 많이 눴다고

뻥을 칩니다.


의사 선생님은 탈수가 심한 게 맞다며

링거와 약을 처방해 줬습니다.


장난꾸러기 기욤


도대체 링거에 무슨 약을 탄 건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호전되고 있네요.

몰래카메라인가 싶었습니다.


미션 완료


미션완료입니다.

기분이 좋아진 기욤을 엎고 다시 숙소로 향합니다.

지금 보니 언슬리는 심슨캐릭터를 닮았네요.




새해첫날부터 정신 바짝 차리게 되네요.

이제 저희는 친구가 아니라 전우입니다.


참 숙소로 돌아가서는

피로의 여파로 모두 기절했습니다.



putain backpacker


1월 2일 아침.

저희는 델리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야간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단지는 학교가 있는 찬디가르로 돌아가기로 했고,

저와 기욤, 언슬리는 바라니로 가기로 했습니다.


123 smile


델리를 떠날 생각에

모두들 신이나있네요.


구르가온의 엠비언스몰


숙소 근처에 있던 대형쇼핑몰입니다.

델리 방문객을 위한 쉼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고 안전한 (위생적인) 음식도 있구요.

생필품을 정가로 쉽게 구할 수도 있습니다.


심봤다.


데카트론 매장에서 만난 체크셔츠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셔츠이고,

정말 자주 입는 셔츠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고 있는데요.


마르디히말을 오를 때도 입었고,

자전거로 케냐에서 우간다를 넘을 때,

홍콩에서 시티보이인척 꾸며 입을 때도

서울에서 데이트할 때도 입었습니다.


(아마 이거 입어서 잘 안된듯.)


아무튼

데카트론 체크셔츠와 저의 운명적인 만남 이야기고요.


옷이 참 잘 어울린다며

추천해 준 델리의 전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문명의 맛


저녁으로 KFC를 먹은 뒤

다시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상황발생


바라나시로 가는 버스를 탈 정류장입니다.

버스출발시간 한 시간 전부터 기다렸는데,

출발시간이 한 시간이 넘어도 버스가 오지를 않습니다.


버스회사에 전화를 하니

힌디어로 성질을 버럭버럭 내더군요.


옆에 있던 인도인에게 전화 부탁을 하니

힌디어로 서로 막 뭐라 뭐라 하는데,

전화를 끊고 저희에게 전해준 말은


"no bus today" 였습니다.


당황한 우리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재차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인도정부에서 교통법을 개정을 했고

운송업계의 반발로 몇몇 회사들의

파업이 일어난 거라고 하네요.


그 몇몇회사의 버스가 저희 버스였던 거죠.

운도 없지 참 나


저희는 각자의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또 만나자


단지는 원래 계획했던 데로 찬디가르,

기욤과 언슬리는 바라나시 가는 길에 있는 칸푸르,

저는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단지는 남은 공부 열심히 하고,

브라질로 건강히 잘 돌아가라는 인사를 했고


기욤과 언슬리에게는 바라나시에서 금방 보자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슈크리아


또 작은 문제가 발생했네요.

아그라로 가는 버스티켓 결제가 안됩니다.

카드승인이 안됩니다.


직접 버스회사 사무실을 찾아가

현금결제 요청을 하니

현금결제는 안되니까 온라인으로 결제를 하랍니다.


잠시 고민하던 찰나


옆에 똑똑해 보이는 인도친구가 서있길래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결제를 해주면 현금을 주겠다고 하니

해준답니다. 노 프라블럼이라네요.


감사인사를 전하며 서로 통성명을 했는데,

마침 자기 여자친구가 한국을 좋아하는데

저를 도와줄 수 있어서 본인도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너무 고마웠던 친구네요.


오래오래 잘 만나서 결혼도 하시길

복 많이 받으세요.


던녜밧


버스티켓을 보니 곧 탑승시간입니다.

그 날의 마지막 버스였고 이걸 놓치면

터미널에서 한참을 기다려야합니다.


플랫폼이 한두 개가 아니라 어디서 타야할지를 모르겠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자기가 알려줄 테니 따라오랍니다.


한참을 걸어 제 버스가 있는 플랫폼을 안내해 줬네요.

이 친구의 도움으로 버스를 무사히 잘 찾았습니다.


친구도 복 많이 받으세요.


가자 타지마할로


우여곡절 끝에 아그라행 버스에 오릅니다.


변수로 인해 당장 바라나시는 못 가게 되었지만

타지마할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밥말리의 coming in from the cold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그 노래 가사 중에

"when one door is closed

don't you know another is open "

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일이 생각한대로 안풀릴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때

시간 지나고 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있지 않던가요.


상준이형이 휴대폰 도둑맞은것도 그랬고,

기욤이 기절한것도 그랬는데,

버스 취소된건 일도 아닐테죠.


아무튼 참 좋아하는 가사인데,

이번에도 밥말리 당신 말이 맞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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