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기획 디자인에이전시 면접 - DDP
첫 번째 면접의 허무함을 털어낼 새도 없이 나는 두 번째 전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상대는 꽤 이름이 알려진 디자인 에이전시였다. 포지션은 UI/UX 기획자. 10분 만에 끝난 첫 번째 면접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나라는 상품을 아주 꼼꼼하게 뜯어볼 것 같았다.
면접관은 인사담당자였다. 그는 내 이력서라는 '제품 사양서'를 손에 들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영어영문학과였는데, 왜 신문방송학과로 편입했나요?" "그리고 왜 지금은 이 전공을 택했죠?"
마치 제품의 원산지가 왜 바뀌었는지 제조 공정이 왜 달라졌는지 추궁하는 듯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키워드로 나를 포장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미디어의 이해가 UX 설계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나는 나라는 상품의 '스토리'를 팔았다.
다음 질문에서 면접관은 감성적인 스토리텔링보다는 구체적인 '기능'을 원했다. "UX/UI 기획이 서비스 기획이랑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업무를 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요?" 업무의 정의를 묻는 질문. 나는 실무 용어를 섞어가며 답변했지만 면접관의 표정은 건조했다. 면접관은 곧바로 실무 검증으로 들어갔다.
"최근 인턴 경험이 있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뭡니까?" "Admin(관리자 페이지) 기획과 IR 피칭을 했습니다."
나의 대답에 면접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갔다. 앱 출시 경험이 있다는 말에 그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몇 명 정도나 이용했나요?" "고도화시킨다면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인가요?"
이용자 수, 즉 '숫자'가 나오자 긴장감이 흘렀다. 그들은 막연한 열정보다는 '데이터'로 증명된 성능을 원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치를 계산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답변했다. 이 과정은 마치 중고차 딜러 앞에서 엔진 소리를 들려주고 주행 거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 같았다. 덜컹거리지 않아야 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나는 해당 기업에서 기억이 남는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했다. 포트폴리오 중 “***과 **** 프로젝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회사가 만든 작업물에 대한 칭찬. 당신네 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시그널을 많이 보냈다. 대화가 훈훈하게 마무리되나 싶을 때쯤 마지막 질문으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점을 물어보았다. 나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신입 사원에게 특별히 바라시는 점이 있을까요?"
보통은 "적극적인 태도요"라거나 "배우려는 자세죠" 같은 덕담이 돌아오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찬물처럼 차가웠다.
"그건 우리 회사 홈페이지 인재상 보시면 다 나와 있습니다."
순간, 멍해졌다. '너는 우리를 분석하고 와야 하지만, 나는 굳이 너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는 명확한 갑의 태도. 내 질문은 성의 없는 질문으로 치부되었고 점수가 깎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매뉴얼도 안 읽고 질문하는 귀찮은 소비자를 대하는 AS 센터 직원의 말투 같았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은 회사의 근무 형태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우리 회사 부서 전체인원이 30~40명 정도 됩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외부로 파견을 나갈 수도 있어요."
파견. 내 소속은 여기지만, 남의 회사 책상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나는 나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전 근무지에서는 외근 경험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배우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장을 나오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홈페이지를 보라는 차가운 한마디, 그리고 다른 곳으로 파견 보내질 수 있다는 예고. 나는 이 회사에 '구성원'으로 들어가려는 걸까, 아니면 필요에 따라 납품되는 '부품'으로 들어가려는 걸까. 홈페이지 정말 지겹도록 많이 봤다.
두 번째 면접이 끝났다. 내 가격표에는 '열정'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구매자는 '가성비 좋은 소모품'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면접이 남았다. 나는 구겨진 자존심을 다림질하며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