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팝니다, 가격은 '열정'입니다#6

공공기관 새싹청년취업사관학교 교육운영매니저 면접 - 용산역

by 세보

용산역에서 내려 10분쯤 걸었을까. 번화가의 소음이 등 뒤로 멀어질수록 주변은 생경할 정도로 적막해졌다. 카페 하나 보이지 않는 조금은 쓸쓸하기까지 한 길 위에서 나는 묘한 자신감을 얻었다.


'서울 매력일자리'라는 이름처럼 이 매력을 아는 사람은 나뿐일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었다. 낮은 경쟁률을 기대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면접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그 생각은 보기 좋게 깨졌다. 로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와 팽팽한 긴장감. 아차,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 이미 SNS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린 것을 뒤늦게 확인한 기분이었다.


면접을 기다리며 대기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 후, 30분 정도 대기 후 면접실에 들어갔다. 우리 조는 총 4명이었는데 나는 그 중 3번째였고 첫 번째 순서부터 자기소개와지원동기를 한 호흡에 뱉어내며 시작되었다. 그 후 들어오는 질문들은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태도로 해결하나요?"


"자신이 했던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세요."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특히 "60명 이상의 인원을 관리해야 할텐데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질문 앞에서는 잠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고 교육 운영 매니저라는 직무가 단순히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 아님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촘촘한 그물을 짜는 일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면접관이 물었다. "본인의 강점, 그리고 인스타그램 말고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 있다면요?"


나는 디자인 업무의 능숙함과 트렌디한 숏폼 활용을 답했다.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지만, 답변을 말한 직후 생각에 잠겼다. '아, 브런치를 말했어야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공간, 나의 생각과 전문성을 가장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브런치'라는 카드를 왜 꺼내지 못했을까. 숏폼이 화려한 전단지라면, 브런치는 신뢰를 주는 단단한 제안서였을 텐데. 내가 가진 '전문성'의 색깔을 더 진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지막 질문이었던 '본인만의 장점과 이 직무를 왜 해야되는지'에 대해 옆 지원자가 답하는 것을 들으며 깨달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는 것을.


면접장을 나오며 다시 마주한 용산의 거리는 여전히 한적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이 길 끝에 수많은 이들의 꿈이 북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비록 '브런치'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나는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진 사람인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서울의 '매력'은 일자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채우기 위해 정적을 뚫고 걸어온 사람들의 뜨거운 진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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