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lhambra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함브라를 보고야 알았다.
수천 킬로미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동방의 아시아에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은,
그 아름다움이 정말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전날 밤 그라나다의 부티크 호텔은 11시가 넘어가면 체크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오후 8시쯤 론다에서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전화로 사정을 말해봤지만 직원은 11시가 넘으면 자신은 퇴근을 할 거란다. 단 5분도 기다려줄 수 없단다. 2-3시간을 고속도로를 마구마구 달리고 굽이굽이 그라나다의 좁은 길을 따라 호텔에 도착한 시간 10시 58분. 아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퇴근 준비를 마친 직원을 붙잡아 겨우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또 아침 8시 체크 아웃. 나스르 궁에 가기 위해서다.
알함브라. 그 안의 나스르 궁전
내가 본 인간의 아름다운 작품 중에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 졸이며 달려왔고, 일정이 바뀐 터라 취소불가의 입장료를 2번이나 지불했고, 잠도 잘 자지 못해서 피곤했지만.
알함브라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정말이다.
이른 새벽의 그라나다의 공기는 알싸하다. 청명한 가을같이 하늘은 푸르고 알함브라는 섬세하다.
그라나다에서 일 년쯤 머물면서 변화되는 계절의 공기와 푸르른 하늘을 매일 느껴보아도 좋으리라.
겨우 반나절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이 것만으로, 어찌 이곳에 담긴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을까.
나스르 궁전
헤네랄리페 정원
아침에 스페인 정통 츄러스를 따뜻한 초콜릿에 찍어 먹고선 택시를 타고 나스르 궁전에 갔다. 그리고 알함브라를 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갈 때는 걸어서 내려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꽤나 많은 건축물, 궁전들을 보았지만 이처럼 찬란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이 또 있을까. 한참이나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알함브라를 떠날 때는 그 마음을 안고 천천히 걸어서 가기를.
한적한 숲길을 따라 알함브라를 흘깃흘깃 되돌아보면서, 쉽게 가시지 않는 행복한 마음을 꽤나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그대,
아침이고 밤이고,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이며 겨울.
비 오는 날 안개 낀 날 심지어 바람 부는 날에도.
매일매일을 오고 가며 바라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