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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Feb 21. 2024

[ES-Islantilla] 대서양으로 지는 해를 보다

더블트리 힐튼 바이 이슬란티야 예찬

포르투갈에 머무는 내내 우리는 비와 구름과 함께였다.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파로를 지나 스페인 남쪽 국경에 가장 가까운 역에 도착했다.

리스본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춘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다.


중간에 우리가 내려야 하는 역인 줄 알고 내렸는데 아니었다. 역무원이 막 달려와서 올라타라는 사인을 보낸다. 무거운 트렁크를 타고 다시 기차로. 친절한 포르투갈 사람들. 기차 안에서 만난 모녀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딸은 태국에 사는데 엄마랑 같이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K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단다. '무인도 디바'를 아주 좋아한단다. 나도 좋아해.


환하게 맑은 날씨 속의 포르투갈의 초록빛. 멀리 바다도 보이고 겨울이어도 파릇파릇한 들판을 지나 어느 이름 모를 국경 가까운 포르투갈의 역. 사람들이 복닥복닥 모여사는 모습이 미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스페인에서는 렌터카를 빌릴 예정이었다. 포르투갈에서 빌려 스페인으로 반납하면 렌트비가 훌쩍 올라간다. 포르투갈의 남부 해안은 algarve지역이라고 하는 곳이 유명하다. 아름다운 바다도 있고 Conrad도 있고 Hilton도 있다. 유명한 곳이니만큼 room rate이 꽤나 높다. 그러나 너무 비싼 곳은 패스. 포르투갈 남부와 닿아있는 스페인 쪽으로 눈을 돌렸더니 Doubletree by hilton Islantilla가 보인다. 하루에 60유로 정도였나.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냐고 미리 메일을 보냈더니, 흔쾌히 괜찮다는 답을 준다. 도착했더니 엄청난 업그레이드. 빌라에 있는 복층이다. 방도 2개, 욕실도 2개. 높은 천장의 거실까지. 바로 앞으로 이어지는 골프장 뷰가 아주 좋다. 게다가 미국과는 달리 엄청 풍요로운 조식까지. 원래는 이곳에서 머물면서 지브롤터 해협이나 가까운 국립공원에 갈까 했었다. 그. 러. 나. 방을 본 아이들이 이곳에서 푹 쉬고 싶어 했다. 리스본의 할러데이인에서의 4박은 다소 불편했었을 터. 그래, 뭘 좀 덜 보면 어때. 늘어지는 날도 필요해.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적어도 일주일, 길게는 한달 동안 뒹굴거리고 싶다.
숙소 바로 앞 골프장. 바로 앞에 눈부신 바다가 펼쳐지지 않은 덕분에,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호텔에서 더 맘에 드는 room rate로 호사를 누려본다.

어디 멀리 가지는 않더라도, 오랜만에 보는 태양과 오랜만에 보는 선셋을 놓칠 수야 없지. 

숙소에서 바다까지는 걸어서 30여분. 아, 이보다 더 한가롭고 여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아무리 비를 좋아해도, 맑은 날씨가 가져오는 그 청량함에 비할까.


이런 마을을 거쳐 한참을 걸었더니 드디어 대서양이다. 해가 진다.

태평양 속으로도 해가 지고, 대서양 속으로도 해가 진다.
 이 순간만으로도 모든게 완벽하다.  정말 아름다웠던 순간.



그리고 그다음 날은 하루종일 뒹굴뒹굴. 심심하면 수영장으로 풍덩.

이곳에서 아이 셋을 둔 젊은 부부를 만났는데 아내는 독일사람, 남편은 스위스사람. 아이들은 다들 3개 국어 이상을 하더라. 이것이 유럽 클래스^^ 정말 날씬하고 예쁜 젊은 부부. 미국사람들보다 유럽 사람들이 잘 생긴 긴 것 같은 건 왜일까? 포르투갈에서부터 줄곧 느끼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베리아 반도에는 잘생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경치도 아름답고 건물도 멋지고 사람들까지 예쁜?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너무 새것이 아니어서 친근했던. 더블트리 이슬란티스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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