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Breath Becomes-폴 칼라니티
비가 내린 뒤의 요즘 날씨 덕에, 서울인지 샌디에이고인지 착각을 할 때가 가끔 있다.
회사일을 마치면, 참 좋은 양재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시간이 되면 꼭 목적지를 '개포하늘꿈도서관'이나 '양재구립도서관'으로 둔다.
아이들 수행평가에 필요하다는 책을 구하기도 하고,
새 도서관의 새 책 냄새를 맡으며,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맘에 드는 책을 찾아 또 다시 숲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
괜시리 울쩍했던 마음, 가라앉는 마음까지 평온해 짐을 느끼게 된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 라니,
제목만 들어도 맘이 먹먹해 지지 않는가. 이 책의 제목을 듣는 순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책 뒤편의 추천인의 글이 있었는데, 무려 시인 '마종기'와 '이해인수녀님'이 아니신가.)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어 냈다.
담담하고 아름다운 그의 글은 읽는 내내 먹먹함을 안겨주었고,
삶을 대하는 내 오만함을 여실히 느끼게 하였다.
그의 고통을 어찌 감히 상상을 하겠냐만은, 그의 글을 통해 그의 시간을 느꼈다.
“여느 때처럼 나는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고, 아침을 먹은 다음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II go on).
그날 아침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의 말처럼, 폴은 2년 동안의 투병 중에 마지막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고, 또 사람들을 수술했다.
아픔과 고통이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고 이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안다.
죽음을 마주한 자의 용기란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감사할 줄 모르고 욕하고 속상해 하는 내 모든 오만함이 미치도록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