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으로 기억되는 우리들의 봄은 늘 화려하고 찬란하다.
하지만 실제로 봄의 시작은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따뜻한 햇살만 잔뜩 느끼다가
막상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순간은 흐린 날씨와 비, 그리고 미세먼지로 놓치기 일쑤다.
슬프고도 무거운 마음으로 보낸 추운 겨울만큼.
무거운 마음을 일으켜 봄을 기다리도 또 기다리는데.
봄은 참으로 짧고,
참으로 신비한.
매일매일을 시간을 들여 온몸으로 기다려야,
하루하루 기적처럼 달라지는 모든 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내 삶이 무겁노라고, 내 아픔이 큰 거라고 온통 호들갑을 떨다가.
잿빛 사순이 왜 봄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있을까.
인간에게 들이닥치는 고통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생각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너무나도 찰나이지만,
뿌연 하늘 뒤로도, 홍매화는 참으로 예쁜 빛이고,
어쩌면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기다리던 매 순간이
잿빛이어도 아름다운 봄이었던 것일지도
어리석고 미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정성껏 살아내는 것.
잿빛의 마음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