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요즘 슬그머니 생활 패턴이 무너지는 중이다.
늘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할 시간에 여전히 코 골기 바쁘고, 그렇게 늦잠 자고 일어나 뒤늦게라도 해오던 생활 궤도에 안착해야 하건만, 그러지 못해 의자에 멍하니 앉아 딴청 부리다 한 시간 두 시간 허송세월 보낸다. 그중, 팬을 잡고 그냥 머릿속에 있는 걸 마구마구 적어냄에 있다.
지난밤에 꿨던 꿈 이야기, 지금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 쓸데없이 세인츠 해져선 갑자기 인생 이야기, 오늘 점심과 저녁 메뉴 이야기, 블로그 이웃분들의 인상 깊었던 글들에 대한 나의 생각 들 등.
늘 그렇지만 다 적고 나면 이게 글씨야 그림이야 싶은 ‘판화’만이 눈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아마 미래에 자손들이 내 노트를 발견하고 있노라면 ‘제3의 언어’라며 자못 진지하게 해석하고 있을 듯한 상상에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니 픽 하고 웃는다.
그래도 이렇게 늦게 기상을 해도 스스로가 칭찬하는 구석이 있다면, 아침부터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는 정도?
이는, 핸드폰은 보는 순간 하릴없이 유튜브에 들어가 이상한 영상들만 찾아보며 '찐 허송세월'을 보낸 다는 걸 알게 된 후, 내가 나에게 스스로 약조한 조항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붙잡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그날 생활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뭐랄까. 그날 느끼는 기본적인 생각의 틀이나, 마음의 자세가 다르다는 점?
정확히 설명할 순 없으나, 확실한 건 글을 쓸 때 그 내용들의 질이나 패턴들에서 꽤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핸드폰 먼저 붙잡는 날에 쓴 글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천방지축으로 뛰 다니는 느낌이면
반대로 그렇지 않은 날은 꽤 차분하고 양지바른 흙바닥 위에 솟아난 새싹 같은 느낌이다.
꽤 비약적인 비유이고 차이이긴 해도 내가 느낀 바는 그렇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아침 핸드폰'은 하루를 좌지우지하게 하는 큰 힘이 있다.
어쨌든, 오늘도 여지없이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래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이렇게 글을 작성 중이다.
오늘은 스스로 나태해짐의 반성과 더불어 새로운 산책 루트를 찾기 위해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 가볼 예정이다.
하지만 방금 전 환기한 답 시고 열어젖힌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한기가 심상치 않다.
언제 이렇게 추워진 거지?
그리고 그 한기에 ‘오늘은 가지 말까?’라며 또 스스로가 몹쓸 타협 중인 나를 발견한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
“또 또, 정신 차려 이 인간아. 넌 오늘 등산 좀 하면서 벌 좀 받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