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블로그로 돈 벌고요? 연봉 00만 원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3년 차.
3년간 내가 블로그로 번 돈은 40만 원이다.
도대체 어떻게하면 블로그를 그렇게 열심히하고 그렇게 조금 버나요?
할 수 있겠지만, 아니! 이게 나한텐 되게 큰 거거든요?
이정도 금액이 되면 아무도 안 궁금할 나의 블로그로 돈 번 스토리를 공개한다. 비록, 궁금하지 않더라도 땅 파서 40만 원이 나오진 않으니까 궁금해 해주길.
팠더니 나온다면, 할 말이야 없다만.
그러니까, 보통 블로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블로그로 돈 버는 거? 그거 체험단 하는 거 아니야?' 혹은,
'야, 그 블로그에 부업으로 돈 번다고 맨날 글 올라오던데 그런걸로 버는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한다.
일반화를 할 순 없지만, 나는 그랬다.
그런데 블로그를 하고보니, 내가 블로그를 운영했던 네이버 플랫폼 기준으로는 '애드포스트'라는 게 있었다.
애드포스트란, 말 그대로 '광고가 붙는 포스팅'인건데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를 운영한지 90일이 지나고 일정 이상의 방문객수와 포스팅수가 충족이 되면 블로그에 '광고'를 달아주고, 그 광고를 사람들이 클릭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체험단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돈 받고 내 경험을 쓴다면 솔직하지 못할 것이란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어쨌든 또 누군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었다. 딱, 싫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새로운 도전을 했으면 내가 얻는 이익이나 보상이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게 나에겐 딱이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재미만 들렸지 목표는 없던 나에게 목표가 생겼다.
일단 90일 이상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해야 하고, 방문객 수와 포스팅 수가 필요하니 글도 열심히 올렸다. 90일을 간절히 기다렸다. 쑥과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된 곰처럼, 포스팅과 방문객만 바라보며 나는 광고를 달길 기다렸고, 90일이 지난 순간 나는 애드포스트를 신청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긴장이됐다.
모자랄 게 없다고 느꼈으나, 그래도 본래 어딘가에 무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떨리는 법! 그렇게 나는 애드포스트를 신청하고 간절히 기다렸고, 다행히 한 번에 애드포스트에 통과했다!
와아!
나 이제 돈 방석에 앉겠구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방석 정도에는 앉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3원 들고 나가보세요. 방석을 줄까요? 방석을 안 뺏기면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내 블로그는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작은 규모의 블로그였고 그 블로그의 글을 읽고 광고까지 누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루에는 평균 1-10원 정도의 돈이 들어왔고, 가끔 빵! 터지면 500원 정도가 들어왔다. 그러다가 정말 빵빵빵! 터졌던 날, 7천 원 정도의 돈이 들어왔던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와, 그 날은 정말이지 행복해서 이대로 내가 블로그로 대성하는 줄 알았다. (아니, 거짓말이다. 사실 7천 원으로 그렇게 대성할 수 없다는 걸 다 큰 어른인 나는 알지만, 그만큼 행복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누군가는 이런 광고 포스트로 돈을 엄청나게 벌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렇진 못했다.
그러나, 짜릿했다.
잠을 자기 전에는, 내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의 방문객수를 보는 것이 즐겁고.
눈을 뜨면, 아침부터 애드포스트의 수익을 확인했다. 그 수익을 보기 위해, 그저 그것 때문에 눈을 뜨는 것이 즐거웠다.
그게 1원이고 5원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웃긴 게, 1원이어도 웃음이 났고 7천 원이어도 웃음이 났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돈을 벌고있다는 게 즐거웠다. 솔직하게 내가 돈 욕심이 없는 편도 아닌데, 이건 빵 터지지 않아서 더 좋았다. 소소하게 모아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돈.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얻은 건 그런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얻었다는 것 한 가지.
그리고 아주 소소한 금액이지만 '내가하던 일 말고 다른 일로 돈 벌 수 있다는 행복' 한 가지.
솔직히 말해, 내가 하던 일 말고도 돈을 벌 일은 많다.
내 기준치를 낮추면 더 많을 것이고,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든다면 어디서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나는 여전히 그게 불안한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다른 일을 너무 하고 싶었다. 우물을 새로 파긴 두려워서, 우물의 벽이나 살살 긁어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던 나는, 우물의 벽을 파서 그 안에 묻혀있던 50원이라도 주운 셈이었다.
너무 적다고? 하지만 마냥 밑으로만 파고 가지 않아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이지 만족했다. 실제로 이 이야기를 주변에 하며, 나 1년에 블로그로 15만 원 벌어!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야, 그거라도 버는 게 어디야?!"했다. 아, 내 말이!
사실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똑같이 재밌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요즘은 포스팅을 쓰는 것이 전보다는 귀찮기도 하고, 멘트가 잘 생각이 안 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소소하게 쌓이는 돈도 돈이거니와, 오랜 시간만큼 쌓인 포스팅을 보기 위해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의 댓글이나 이야기를 보는 재미로 하는 블로그는 우울한 날 나의 활력이며, 일이 힘든 날 나의 행복감을 채워주는 중요한 나만의 개인 취미 생활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블로그는 즐겁다. 하지만 회사에서 쌓인 온갖 스트레스를 소소한 행복만으로 풀어내기 힘든 날들이 있었다.
회사라는 건 내 마음대로만 흘러가진 않아서, 연차만 쌓이면 다 될 줄 알았던 모든 일들은 되려 연차 앞에서 무너지기도 했다. 어릴 때야, 내 아이디어가 까여도 회의실에서 한 번 더 내보면 되고! 어린 친구의 패기처럼 내 이야기가 귀엽다, 넘어갈 때도 있었으나 연차가 차니 그렇지가 않았다. 내 의견은 힘이 있는 만큼 받아들여질때도 힘있게, 까일때도 힘있게 까였다.
풀 파워로 밀려 넘어진 나는 때때로 괴롭고, 점점 선배가 줄어 흔하게 듣던 칭찬 한 마디 듣지 못하는 날들은 조금 우울해졌다. 나 스스로가 나에게 잘한다, 잘한다 해줘도 그게 성에 차지 않았고, 더 이상 파고 들어가지 말아야겠다 싶던 우물 아래로 땅굴을 파던 나는 생각했다.
이 위로 올라갈 힘을 얻어야겠다.
내내 나만의 아늑하고 깊은 우물 안에 갇혀있던 나는, 그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힘도 없고, 체력도 없으며, 까일대로 까인 나는 위로 올라갈 의지도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힘과 체력, 그리고 의지를 만들어야했다.
나는 '힘'을 기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