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동생

나의 베스트 프렌드

by 솜다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프로 봇짐러의 가방엔 꼭 한 권 이상의 책이 필요한데, <아무튼> 시리즈는 갖고 다니기에 최적화된 책이기 때문이다. 작고 가벼울뿐더러 표지도 대체로 귀엽다. 무엇보다 내용이 무겁지 않아서 대중교통에서 한 장 한 장 넘기기에 짱이다. 대개 <아무튼, XX>에서 XX는 작가가 평소에 깊이 애정하고 탐닉하는 대상이다(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장강명 작가는 <아무튼, 현수동>에서 허구의 동네를 만들어 이에 대해 적었다.). <아무튼, 여름>, <아무튼, 장국영>, <아무튼, 떡볶이>... 다들 그토록 좋아하는 썸씽이 있고, 이 썸씽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으로 글을 적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경외심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설 텐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아무튼>은 그저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녹아들어 있는 책이었다.


나름 많은 편을 읽었고, 읽다 보니 파워 N은 자연스레 '만약 나라면..?'하고 생각하게 됐다. 이 고민은 사실 2024년 1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렇게 정확한 날짜를 얘기할 수 있는 건 이에 관한 글을 이미 적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완성의 일기라 비공개로 남겨두었는데, 여기에 이어 쓸 참이다. 그때의 고민은 자연스레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내가 뭘 좋아할까.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애매해서 나는 가끔 슬퍼하기에 이에 대한 고민은 꽤 장시간 이어졌다. 그래서 찾은 답은 동생이었다. <아무튼, 동생> 말이다.


친구가 많지 않은 나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다희. 내 베스트 프렌드. 그 친구가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그동안 외로움의 감정을 모르고 살아왔다. 본가에 사는 동안은 집에 가면 항상 다희가 있었고 나와 다희는 가끔 싸웠지만 대체로 그 누구보다 친했으니까 말이다. 연고가 없는 인천에서 일을 하게 되어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동생이 보고 싶어 일주일에 두 번씩 집에 가곤 했다(물론 엄마 아빠도 많이 보고 싶었다). 내가 본가로 돌아온 이후에는 동생이 몇 달씩 해외로 떠나버리는 날이 많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공항에서 그녀를 배웅하며 울었다. 다희의 부재에 마침 부모님이 명절이라는 이유로 친척집으로 향하면 스물이 훌쩍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집에 남아서 심심해했다. 심심함과 외로움에 나이가 있을까. 그래도 지난해에는 웬일로 집에 붙어 있는 다희 덕분에 심심할 날 없이 보냈다. 웬일이었다, 정말. 웬일이나 싶었는데 그동안 못 나간 일수를 모아서 한 방에 떠나있으려고 작정한 듯 워킹 홀리데이를 가버렸다.


막을 이유도, 권리도 없어서 동생의 출국 디데이를 카운트하면서 가끔씩 서운해했다. 이게 서운한 감정뿐일까. 걱정도 왕창 들어가 있고, 허한 맘도 그득했다. 베프답게 싸우기도 누구보다 많이 싸워서 가끔씩은 '아오 빨리 가버려라'라고 속으로 외치기도 했다. 그래도 안 갔으면 하는 맘이 더 컸다.


어렸을 때부터 싸가지가 없던 나와 달리, 다희는 다정했다. 초등학생의 다희는 급식으로 나온 새우튀김이 맛있어 언니를 주겠다며 안 먹고 남겨왔다. 우리는 같은 학교였기에 나는 이미 새우튀김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싹수가 없던 나는 '오앙'하면서 한 입에 털어 넣었다고 하던데 사실 이마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나와 2살 터울의 다희는 내가 재수, 삼수를 하는 동안 나와 같이 수험생 생활을 했는데 자기 수능은 망쳐도 언니는 잘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이번에 출국하며 남긴 편지에 다희는 '사랑하는 언니에게'라고 운을 떼며 내가 자기의 자랑이라고 적었다. 난 이 편지를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는데, 이상한 게 잘 놀다가도 편지만 읽으면 눈물이 났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자려고 누우면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대목은 뭐였을까. 나와 달리 다희는 외로웠나 보다. 하이디라오도 갔어야 하고 파이브가이즈 셰이크도 먹기로 했는데 못 먹이고 보내서 미안한 맘이 자꾸만 커져갔다. 그래서 더 그리워졌다. 맛있는 거 더 많이 사주고,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줬어야 했는데. 난 언닌데. 언니는 그런 거 해줘야 하는데. 다희는 어제도 호주에서 나한테 안경을 선물했는데.


후회만 가득한 맘이지만 정신을 챙겨 다희의 행복을 빈다. 오롯한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다희에게 친절하고 따뜻했으면. 혹시나 그렇지 않은 순간에도 강해진 다희가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늘 건강하기만 바라고, 혹여나 힘든 날이 있으면 그 순간만 힘들길. 힘듦이 길어도 그 하루로 그쳤으면 좋겠다. 다음날이면 바로 잊어버릴 수 있는 강철 멘탈이 되길. 그래도 힘들면 집으로 돌아와서 재밌는 한국 라이프를 즐기면 된다는 것도 기억하길 바라며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 덕분에 나도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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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16cb0bfc-3f3d-4f50-91af-6e2baac396e3.jpg?type=w966 아빠가 찍어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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