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인들

by 전용원

“중세인들”을 읽었다.


흥미로운 인물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두꺼운 2권짜리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다 읽었다.

문득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중세 유럽, 특히 이탈리아가 중앙집권국가가 아니라 도시공화국 형태였던 환경이 상당 기간 전반적인 발전에 기여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프란체스코 필렐포’라는 학자의 에피소드를 읽고 들었던 생각이다.

필렐포는 1400년대 이탈리아의 학자였는데, 피렌체의 권력 가문인 메디치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후 의문의 피습을 당했다. 피습을 당한 후에도 메디치가에 대한 비판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문의 수장인 코시모 메디치가 피렌체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자 피렌체를 떠나야 했다. 이렇게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받아 줄 다른 도시들이 있어서 였을 터.

권력자의 눈 밖에 난 비판자였지만, 도시공화국들이 난립한 당시에 다른 도시로 몸을 피해 생명을 부지했을 뿐 아니라 밀라노 공작과 로마 교황과 같은 다른 도시공화국의 유력자들로부터 좋은 자리를 받아 학자로서의 명성을 이어 가기도 했다.

경쟁하는 도시공화국들의 존재로 어느 한 곳에서 권력자와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떠나서 자신의 생명과 지위를 보전할 수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르면 지위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생명을 잃게 되는 곳이었다면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이탈리아가 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덜 충성하였다고 하여 치명적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는 곳이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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