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마지막 날. 나는 부지런히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왔다. 잠시 짐은 프런트에 맡기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줄 제니 쿠키를 사러 나갔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져 있는 뚜껑을 열어보니 커피맛, 버터맛, 크랜베리맛, 숏 브레드로 총 4가지의 맛이 도미노처럼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손끝에 침을 묻혀 남은 돈을 세보았더니 4개를 살 수 있어서 얼른 구매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짐을 가지러 숙소로 돌아가던 중 아쉬움이 몰려왔다. 남들은 홍콩이 4박 5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애정이 남달랐는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숙소 주변을 계속 어슬렁거렸다. 여기는 마카오 페리 터미널로 가는 길이였지. 여기는 초이홍 아파트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었지. 여기서 내가 점심을 먹었었지. 이곳 간판이 참 예뻤는데 한 번 들어가 볼 걸 후회하며 추억을 다시 되짚었다. 떠날 때가 되니 하늘은 눈치 없이 푸르기만 하고. 내 마음도 몰라주고. 마음속에 해결하지 못한 갈증을 가지고 공항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창가 좌석에 앉아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홍콩은 어째서 이름도 홍콩인 건지. “홍콩”이라는 이름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보낸 편지는 무사히 도착했을까? 너를 만나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나의 편지가. 난 아직 너를 잊을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봐라고.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날 때, 내가 보았던 풍경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널 위해 빼곡히 채워놨던 일기장을 큰 소리로 천천히 읽어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게. 그냥, 아주 잠깐 서로의 삶에 집중하는 거야.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날 걸 확신하니까. 한 번만 보기에는 네가 너무 예쁘니까. 정말로, 정말로. 안녕 내 첫사랑 홍콩. 나의 꿈이 되어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