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장단점이 명확한 기아 레이EV 간단 시승기

개인 용도에만 맞으면 사실 꽤 괜찮은 전기차가 되겠더군요.

지난주에 급하게 서울 근교에 갈 일이 있어 쏘카 기아 레이EV를 빌렸습니다. 잠깐이긴 해도 꽤 다양한 도로를 달렸던 느낌을 써 봅니다.


대체로 카 헤일링 서비스에는 기본형이거나 전용으로 상품 구성을 한 차가 사용되는데, 제가 탄 차는 최고급형인 에어(Air) 모델이더군요. 알로이 휠, 아웃사이드 미러, 내비게이션, 운전석 통풍 시트 및 운전대 열선까지 달린 2천955만 원짜리입니다. 기본형 라이트보다 180만 원이 비싼데 값 대비 추가된 장비들이 좋네요.

기아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에는 국고보조금 452만 원+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적은 서울이 117만 9130원으로 실 구매가는 2385만870원이랍니다. 경남 거창이 753만3333원으로 보조금 총액이 1205만3333원이라 실구매가가 1749만6667원까지 떨어집니다. 지자체 보조금 차이가 꽤 큽니다.

87마력 모터, 35.2kWh LFP 배터리,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205km이고 공인 복합 전비는 5.1km/kWh입니다. 시내는 6km이고 고속도로는 4.4인데, 특히 속도를 높여 달릴수록 공기저항 등등이 커지며 전비가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약속이 늦어 120km/h 정도를 넘나드니 4km 이하로 떨어지더라고요. 대신 제한속도에서 10km/h 정도 낮춰 2차로에서 달리면 6km/kWh는 나오더군요. 내연기관 레이보다는 확실히 좋고 다른 전기치와 비교하면 살짝 가속이 느린데, 마음만 먹으면(=전비를 포기하면) 도심 구간에서 꽤 빠르게 달릴 수 있더군요. 힘은 충분합니다.

혼자서 짐도 없이 탄 상태긴 했는데 차의 전체 움직임은 의외로 꽤나 말랑말랑합니다. 제 기억에 레이는 기본적인 서스펜션 상하움직임이 짧고 앞뒤 좌우 움직임을 가능한 억제한 차였는데요, 레이EV는 움직이는 범위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기차의 빠른 감가속 때문이 아니라, 이게 무게가 늘며 관성의 영향을 좀 더 받는 것처럼 도로 굴곡에 의한 앞뒤 피칭과 바운싱이 큽니다.

앞뒤 휠베이스가 차 길이에 비해 긴 편이지만 그래도 짧은 경차인 데다 높게 앉는 시트 포지션, 얼굴 앞 머리 공간이 커 흔들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익숙해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배터리 잔량 77% 정도에서 185km 주행가능거리가 나오더군요. 원래 이런 차니 나쁘지 않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적으면 주행가능거리도 짧지만, 충전을 짧게 해도 된다는 건 장점이 됩니다. 최근처럼 급속 충전 네트워크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고속도로 150km 정도 달려 20% 잔량 상태에서 급속 충전에 물리면 80%까지 21.1kWh 정도는 요즘 일반 급속으로도 30분이면 들어갑니다. 늘 드리던 말씀대로 충전기 물리고 화장실 갔다가 핫바(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 됩니다.

되려 아쉬운 부분은 여러 조작부입니다. 현대/기아차들이 다 그런 것 같은데 왜 현재 재생 중인 오디오 제목을 보여주는 데 이리 인색한 지 모르겠습니다. 순정 내비 화면에서는 확인이 안 되고 위 사진처럼 홈 화면에 한 줄 보이거나 아예 오디오로 화면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고 계기판에 띄울 수도 없고요. 이거야 말로 소프트웨어 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니던가요.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려는 건 아니잖아요.

또 예전에 잘했던 원칙들이 원가절감이라는 것 때문에 깨지는 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온도 조절과 관련된 기능을 비슷한 지역에 묶어 직관적으로 쓸 수 있어 좋았는데요. 공조장치 주변에 열선/통풍 시트와 운전대 열선 조작 버튼이 같이 모여 있는 식이지요. 근데 이번 레이는 시트 버튼은 저 아래에, 운전대 열선은 왼쪽으로 빠졌더군요. 센터패시아에 공간도 많던데 왜 배선 늘려가며 굳이…


언제건 충전도 다양하게 해 보고 차박도 하면서 길게 타 보고 싶네요. 충전 속도 확인가 시트 활용을 못해본 것이 가장 아쉽긴 합니다.

여하튼, 국내 경차는 사실 일본의 경차를 도입해 만들었으나 상황과 사정이 매우 다릅니다. ‘어쨌든 차’를 샀으니 이걸로 모든 걸 다 해야 하거든요. 고속도로 장거리도 잘 달리고 연비도 좋고 기능도 많아야 하는데 ‘경차니까’ 값도 싸야 하고… 근데 여기다 ‘전기차’의 기준까지 다 똑같이 들이대면 사실 답이 없습니다.


애당초 전기차 자체가 정기적 운행 등 계획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경차로 오면 제약이 더 커지고요. 반면 개인 용도와 상황에 맞다면 좋은 차가 됩니다.


#기아 #레이EV #전기차 #시승기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작가의 이전글 3년 전 쓴 글 - 아이오닉5 론칭이 아쉬웠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