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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시승기

고급스럽고 타기 좋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지난 주말에 탔던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시승기입니다. 사실 차를 받으며 계획(?)했던 만큼은 타질 못했는데요, 이런저런 재미는 아주 많았던 시승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이번 모델이 5세대입니다. 저는 크라이슬러 코리아 근무 시절, 3세대(2005년)와 4세대(2011년) 모델 론칭을 함께 했지요. JK 랭글러와 함께 지프 브랜드에서 가장 애정과 신뢰가 가는 차입니다. 그랜드 왜고니어라는 더 큰 차가 있어도 그랜드 체로키의 위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PHEV 파워트레인입니다. 2리터 터보 엔진이 272마력, 두 개의 모터가 각각 63/145마력을 내 합산 출력 375마력입니다. 15.03kWh의 제법 큰 배터리가 달려 전기만으로도 달릴 수 있습니다.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2km/L입니다.

콰드라-트랙 4WD 시스템에는 노면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셀렉-터레인, 콰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이 있습니다. 승하차가 쉽고 오프로드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2단 트랜스퍼 케이스로 로 레인지 선택이 된다는 건, 진정한 오프로드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하지요.

6/7인승인 L 모델과 달리 시트가 2열인 5인승입니다. 차 크기와 성능은 BMW X5 45e나 벤츠 GLE 350e와 비슷합니다. L 모델에 비해 뒤쪽이 짧아졌는데, 디자인이 달라 두 모델 모두 전체 차체의 밸런스는 좋습니다.

무엇보다 실내가 완전 좋습니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오픈포어 리얼 우드나 가죽 시트의 질감, 컬러가 과거에 비해서도 혹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과 비교해도 좋습니다. 보는 사람들마다 ‘지프가 이 정도라고?’는 말이 나왔을 정도니까요. 당연히 기능도 많습니다. 앞좌석 안마 기능이 꽤 강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2열과 트렁크도 넉넉합니다. 시승차인 서밋 모델은 2열 통풍과 4존 에어컨까지 기본이고, 등받이가 꽤 많이 기울어져 편합니다. 시트가 좀 탄탄하긴 한데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넉넉합니다. 실내에 있는 트렁크 닫힘 버튼이, 해치 도어가 아니라 왼쪽 기둥에 있는 것은 키가 작은 혹은 여성분들이 쓰기에 좋은 배려입니다.


2단 트랜스퍼 케이스, 에어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에 더해 큰 배터리까지 얹었으니 공차중량이 2555kg으로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출력과 토크가 넉넉해 차는 가볍게 움직입니다. 시승차의 문제인 것 같은데, 2단 전후로 변속할 때 충격이 좀 있는 것 제외하고, 엔진 작동여부나 모터 개입 등에 상관없이 매끈하게 달립니다. 전에 탔던 L모델의 3.6L 펜타스타 파워트레인과 비교할 건 아니어도, 충분히 부드럽습니다.

차를 받을 때 배터리가 1%였고요, 처음에는 하이브리드 모드로만 다녔습니다. 모터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거의 충전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수시로 꺼지는 엔진에 EV 모드 작동 기간이 길어 평균 연비는 10km를 넘기더군요. 덩치와 무게 생각하면 매우 좋은 편입니다.

주행 모드 중에 e-SAVE 모드가 있습니다.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거나 충전을 우선으로 하는 겁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복귀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그러니까 엔진 효율이 좋은 구간에서 사용했고 61%까지 충전해 전기 주행가능거리를 28km까지 높였습니다. 이걸로 서울 시내에 들어와 집 근처를 다닐 때는 EV 모드로만 다녔습니다. 이게 ‘내 집 주변’에서 배출가스를 내보내지 않는, 지프식의 환경보호가 되겠지요.

EV 모드에서도 힘이 충분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이게 엔진-모터-변속기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입니다. 사진에도 있는데, 같은 EV 모드라도 20km/h에서는 기어 2단, 80km/h에서는 기어 4단이 표시됩니다. 그러니까 EV 모드에서 8단 변속기를 적극적으로 쓰는 거죠.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아쉬운 건 타이어였습니다. 저소음 기능이 있는 여름용 UHP 타이어가 끼워져 있더군요. 이게 도심용이라 하더라도 겨울에는 위험합니다. 얼음이 잘 녹지 않은 강원도 국도의 그늘진 코너에서 두어 번 휘청했거든요. 언덕을 오르다 멈추고 다시 후진할 일이 여러번이었는데요, 아마 오프로드 달려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내 의지와 무관하게 후진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상황이 얼마나 무섭고 짜증 나는지를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최소 올시즌 타이어라도 끼우고 다시 가고 싶더군요.

마지막으로 가격입니다. 시승차인 그랜드 체로키 4xe 서밋 리저브 모델은 1억 2천120만 원입니다. ‘지프가 1억 2천이라고?’는 말이 나오는 건 이해합니다. 그런데 차의 크기와 성능, 차에 달린 장비, 내장재의 품질 등은 좋거든요. 결국 이만큼의 가치를 시장이 인정해 줄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지프는, 확실히 저 있을 때와 달라졌습니다. 그게 10년 전이니까요. 고급스럽게 바뀌었지요. 마치 대충 먹고 자던 캠핑이 고급스러운 글램핑으로 바뀌었다고, 저 돈 내고 저렇게 가는 건 캠핑이 아니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앞으로 갈 길이 조금 남긴 했어도 그랜드 체로키 패밀리는 충분히 고급스럽습니다. 타이어 제대로 된 것 끼고 다시 가고 싶네요.


#Jeep #지프 #그랜드체로키 #grandcherokee #시승기 #offroad #풀드로틀컴퍼니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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