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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W12 엔진의 마지막 한정판, 바투르를 만나다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정과 진정한 비스포크에 대하여

2월 말에 서울 장안동에 있는 벤틀리 강북 전시장에 갔었습니다. 어제 오후까지 엠바고가 있었는데 여기저기 올라온 소식들은 보셨을 겁니다. 18대 한정 생산, 20억대 후반부타 시작하는 기본 가격과 우리나라 고객도 한 대 주문했다는 내용이 많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좀 다른 부분들을 봤습니다. 바투르는 벤틀리의(사실은 폭스바겐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W12기통 엔진의 마지막 버전입니다. 앞으로 V8 엔진만 나온다는 말이고 2030년대가 되면 완전 전동화로 내연기관 차는 만들지 않겠다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벤틀리 변화의 상징이자 과정인 차입니다.


그래서 배터리 전기차 시대의 디자인 포인트들을 여러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수직으로 선 복잡한 형태의 그릴은 공기저항이 크기 때문에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브랜드 상징성을 유지하고 보행자보호 안전도 평가에 대한 대응 등으로 필요합니다.

2020년 공개한 또 다른 뮬리너 한정판이었던 바칼라는, 지금 판매 중인 모델과 비슷한 원형 헤드라이트를 달았습니다. 반면 바투르는 좌우로 얇습니다. 자세히 보면 벤틀리의 엠블럼에 있는, 날개의 깃털 모양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측면은 매끈해졌습니다. ‘벤틀리’하면 앞뒤 바퀴 위쪽으로 울룩불룩한, 마치 말의 허벅지 근육들을 연상시키는 파워 돔 라인이 선명한 것이 특징이었지요. 이게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또 지붕부터 뒤로 이어지는 라인이 매우 매끈해지며 흐르는 선이 길어졌습니다. 헤드라이트에 맞춰 테일램프도 얇아지고 둥글렸고요. 그래서 과거 모델들이 공기를 강제로 벌리며 포탄처럼 밀고 나가는 느낌이었다면, 바투르는 전체적으로 공기 속을 흐르듯 유연하게 가르며 달리겠다는 느낌입니다. 이게 벤틀리식 전기차 시대의 외관 디자인이겠지요.

실내는 화려합니다.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이 차는, 채도가 매우 강한 빨간색이 강렬합니다. 물론 버튼들의 배치가 컨티넨탈 GT와 같고 피아노 블랙 면적이 넓어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뮬리너와 주문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그러려니 합니다.  18대가 완성되면 바칼라 때처럼 (누가 주문한 것인지는 숨기고) 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조합이 가능한 뮬리너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입니다. 일단 가능한 것들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그에 대한 조합들을 넣어 보고, 아니라면 추가로 가능한 것들을 요청하고, 그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사실 여기저기서 ’비스포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짜는 이래야죠. 대량 생산한 물건 20가지 중에 고르는 게 아니라요.

행사장에서 크리스티안 슬릭 벤틀리 코리아 대표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시장과 고객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갖고 계시더군요. 판매량이 많은 것(중국 제외 아시아 퍼시픽 1위) 보다도 고객들의 요구 및 수준이 높아서 그렇답니다. 오랜만에 브랜드 대표와 개인적인 차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내일은 벤틀리의 새로운 판매 및 체험 공간인 큐브가 오픈합니다. 그 소식은 내일 전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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