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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 스펙터를 만나다

얼핏 보이는 BMW의 모습, 아쉬운 부분이 많은 건 개인적 취향 때문일까

어제 국내 론칭한 롤스로이스 스펙터입니다. 한국 공개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비스포크 모델 크레센도입니다.

롤스로이스는 창업자의 말에서 전기차의 근원을 이야기합니다. 그럴 것이 창립된 1906년에는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의 판매가 많았던 시기거든요. 헨리 로이스가 1904년 만든 만든 첫 차인 롤스로이스 10hp는 2기통 내연기관 엔진을 얹었지만요. 자동차 회사를 만들기 전, 기계와 전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던 헨리 로이스는 ‘충전소만 늘어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전기차의 장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롤스로이스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건, 막상 창업주들이 말만 하고 이루지 못했던 것을 시대가 바뀌어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디자인은, 경이로움과 갸웃거림이 공존합니다. 이렇게 각진 정면 디자인으로 공기저항계수가 0.25Cd랍니다. 판테온 신전을 형상화한 그릴은 좌우로 넓어졌고 그릴 핀을 사선으로 넣은 것이 특이하더군요. 패스트백 형태를 살리고 사이드스텝 등 곳곳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대놓고 보일 정도니까요.


전기차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많습니다. 큰 배터리, 모터와 AC-DC 인버터 등의 효율을 높이는 등 기계적인 방법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실제 주행에서는 공기저항, 항력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급차라면 조용해지는 것까지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디자인에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스펙터에서는 낮아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습니다. 단종된 그랜드 투어러 레이스(WRAITH)의 그것도 폭이 더 넓긴 했지요. 원래 그리스 건축에서는 높이 1을 기준으로 너비 1.618을 황금 비율을 쓰니까요.

물론 전기차라 기본 섀시와 아키텍처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롤스로이스 측에서는 매우 부인하고 싶겠으나 BMW 그룹의 일원이라는 현실이 드러납니다. 특히 전면부의 여러 모양이 그렇습니다. 그간 롤스로이스 모델들은 주간주행등(DRL)과 메인 라이트를 분리한 적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스펙터가 BMW i7의 그것을 따라 위쪽에 한 줄로 된 DRL을 넣고 그 아래 헤드라이트가 있습니다. 그릴 아래에 달린 전방 레이더는 BMW X7에서 보던 것이고요.


‘일부러 저러나?’ 싶었습니다. 저 정도면 ‘우리 같은 회사 소속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전방레이더는 케이스만 헤드라이트나 그릴 모양에 맞춰 바꿔도 되고, 주간주행등은 예전처럼 통합하면 될 일입니다. 굳이 저래야 했나 싶더군요.

실내는 재료와 조립 등에서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입니다. 다만 전자식 계기판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더군요. 터치 컨트롤로 바뀌며 스위치들이 줄어든 것도, 과거 롤스로이스의 고집스러운 아날로드 스위치들을 대체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여하튼, 이 차는 아시아-퍼시픽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사전 예약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작 가격이 6억 2천200만 원부터 합니다.


스펙터를 시작으로 롤스로이스는 전동화에 돌입합니다. 2030년 이후에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이 발표는 21년 9월에 했고 2년이 되지 않아 실제 차가 나온 셈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진보적이고 접근성 좋은 쿠페 보디를 얹고서요. 아마 가장 보수적인 팬텀이 제일 나중에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 제가 롤스로이스를 살 수 있다면, 스펙터보다는 지금 팔리고 있는 내연기관 차 중 하나를 사겠습니다. 투자라는 생각을 해도 앞으로 계속 나올 차보다는 사라질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나으니까요.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도 하긴 했는데요, 합성연료가 유럽을 중심으로 ‘ZEV’ 인증을 받게 되고 정부지원금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과연 완전전동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그대로 계획을 밀어붙일까요? 슈퍼 럭셔리 브랜드들 대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모르는 일이지요.


멀리 해외까지 가서 스펙터 시작차를 시승까지 하고 왔던 @jason_ch_ryu 류청희 평론가의 시승소감에 따르면 ‘가장 롤스로이스’답다고 합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움을 전기모터와 무게중심을 더욱 낮추는 배터리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오랜 전통과 브랜드 방향성이 뚜렷한 회사들에게는 기대와 아쉬움이 더 커지게 됩니다. 스펙터를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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