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는 좋은 환자가 되기를 포기했다

by 윤설


나는 좋은 환자가 아니었다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끝내

고분 하지 못했다


간호사의 거친 손길에

괜찮다고 말하지 못했고

기본지식조차 없음에 불편해했다


던지듯 건네는 손길들도 그냥 삼키지 못했고

의사의 설명 없는 무례함도 무작정인 지시도

그 표정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몸의 통증보다 사람의 태도가 더 아팠다


어깨환자였다

움직이기만 해도 통증이 올라오는 팔을 치대듯 붙잡았고

혈관을 찾지 못해 수십 번을 찔러대 핏줄이 다 터져

더 이상 주사 꽂을 곳도 없이 멍투성이었던 내 몸

던지듯 놓는 그 무례한 손길


아프다는 말이 예민함이 되는 공간

“와주세요” 라는 말이 불편함이 되는 공간


그 순간 나는 환자가 아니라

그저 처리되어야 할 서류철 하나였다


피 묻은 환자복을 벗기고 갈아입을 새 옷을 던지며

병실에 던져진 말

"보호자 없으세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혼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말

나의 보호자가 나라는 사실이 이상한 곳


좋은 환자는 조용히 기다리고

묻지 않고 순응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환자는 처리해야 할 서류가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 만큼의 무게는 지켜지기를 바랐다


나는 그 불성실함들을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수고한다며 손에 빵을 쥐어 주는 대신 그 바쁘다는 말이

얼마나 불성실하고 무례한 일인지 확인시켜 주기로 했다


모두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참고 넘어가던 것들

우리가 배려라 생각하고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주었던 것들


좋은 환자가 편해지는 건 병원일지 몰라도

나는 또다시 나를 지우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환자가 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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