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도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의 집 이야기였다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떠난 아들에게 할머니의 부고를 전하고
겨우 이틀째 여행 중인 아들 내외에게 돌아오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부모도 아니고 한 다리 건너 일이기도 하고
굳이 신혼여행까지 중단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고
그곳에서 명복을 빌 수도 있지 않겠나 그저 그런 남의 집 이야기였다
그 순간 도리에 대한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리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
가족이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들이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 쏟아졌다
도리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 도리를 말하는 척 하며 사실은 권리를 떠들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다른 것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장면들
나는 속으로 묻고 있었다
과연 이 말들을 할 자격이 이 사람에게 있는지
웃음이 나왔다
책임과 도리와 신의라는 자리를 눈발보다 더
가볍게 차버린 사람이
묻고 싶었다
과연 저게 무슨 뜻 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그래도 용서해야 한다고
맞다 용서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용서와 기억은 다르다
본인이 한 행동은 한순간이어도
상대방이 잃어버린 시간은 한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붙들어야 하는 시간이 있고
잃어버린 삶을 다시 세우며 살아야하는 시간이 남아 있다
무력감 절망감 수치심 분노 그리고 용서
그 시간들을 지나기 위해 또다른 삶의 시간을 잃기도 한다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삶이 멈춰진 채
나아가지도 못하고 복구만 하며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남들은 잊고 다 용서했다 해도
그 일을 만든 사람 만큼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
목에 박힌 가시처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 비열했던 기억은
그 사람의 삶에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책임의 몫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반성한 사람이라면
도리를 말하며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반성은 말이 아니라
태도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묻게 된다
정말 반성과 후회였을까
그렇게 믿어야 그 무게를 덜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존중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 말라고 한 것은 하지 않는 것
존중은 교양으로 베푸는 호의가 아니다
그 사람의 살아온 시간의 축적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식으로
얻는 것이다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도리에는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