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조금 늦게 배운 사랑

사랑은 삶 위에 놓인다

by 윤설

사랑이 삶을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


사랑이 나를 집어삼키게 그냥

놔둬서도 안된다


꿈이 소망이

삶을 집어 삼켜서도 안된다


그렇게 내가 조금씩 닳아 없어져 버린 것도 모르고

내 삶이 다 타버린 뒤에야 배웠다


나는 이제 조금씩 사랑의 방향을 알 것 같다

책임지지 못하는 사랑은

서로를 소멸시켜 버린다는 것을


꿈과 사랑은 언제나 삶 위에 놓은 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삶과 분리하고 나누려 했던 순간들이

회피였고 외면이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내 삶이 조금은 덜 닳아 없어졌을까


소설이나 영화에서 사랑해서 보낸다느니

사랑함에도 붙잡지 않는다느니

그런 말들이

이젠 신파로 들리지 않는다


그 말 속에 들어있던 고단했던 삶의

그 무게를 빛깔을 빗물처럼 스며들던 그 슬픔을

이제 조금은 알겠다


그 한 단어를 만들고 선택하기 위해

친절하지 않았던 삶의 무게는

얼마나 짓눌렀을지


그 한 단어를 정리하기 위해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휘청이며 건너왔을런지


책임져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쉽게 이해하지 못할 이 문장

책임지지 못하는 사랑은 서로를 지치게 하고

결국은 서로를 소멸시켜 버린다는것을


누군가의 삶까지 모두 짊어지는 것 또한

결국은 두 삶 모두 집어삼키는

무책임한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나는 조금씩 내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홀가분해졌다고 말하기엔 아직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내 손에 움켜쥐려 했던 것들을

하나씩 놓아보려 한다


때로는 또 휘청이겠지만

또 흔들리겠지만


이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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