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월5일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어

by 윤설

아침 9시 반

아들의 전화가 다시 돌아왔다

누군가를 대신한 남양주 출장을 얘기했고


짜증이나 화남이 아니라

믿고 맡겨졌다는 약간의 뿌듯함

아들의 아침은 그렇게 내게 넘겨졌다


퇴근길 전철을 기다리다 하루의 고단함을

전화로 들려주기도 했고

확 들이박고 때려치울까 서로 웃기도 했다

가장 안전한 전화번호로 아들은 내게 다시 왔다


어느 날 저녁

16만 원을 아들과 마주했다

안 받아도 될 금액

"알았어", "괜찮아" 로만 끝났을 약속


하지만 이번엔

익숙한 나의 계좌가 아닌 용도가 분명했던

다른 나의 계좌를 되돌려 받을 게좌로 남기고

상환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들이 잠깐 숨 고르는 게 느껴졌다

그 공기가 낯설었다


내가 다시 세운 경계

오래오래 단단하게 사랑하는 방법


예외는 없었다


편하지만은 않다

안전한 전화번호로 저장해 놓은 아들의 목록에서

내가 지워질지도 모른다

온도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3월 5일

나의 경계가 지켜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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