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조용한 간격

by 윤설

함께 할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이미 다른 자리에 서있는 사람

여전히 그날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

그 간격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분명했다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랑을 지우겠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내 삶을

선택하는 일이었고

그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랑이 남아있어도

그 사랑을 살아낼 구조가 없는 관계는

함께하는 순간부터

칼날에 베이듯 다시 상처가 나고

서로의 삶을 소진시킨다


나는 누군가의 깨달음을 앞당기려

이젠 종종걸음 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깨닫는 날

그것이 그 어떠한 형태로 다가오더라도

나는 이미 나로 단단하게

서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는 이제

남의 인생을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또한 그들의 선택이고

그 선택으로 잃어버린 것들

또한 그들의 몫이다


나는 그저 담담하게 들어줄 뿐이다

그것이 내가 다시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나는 사랑을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후회는 시간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단단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20. 3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