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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평살이 Apr 20. 2021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를 보면서

회상주의의 직면한 어느 낭만적인 시선.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았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는 특정한 장르에 함몰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그는 자기조소적인 면모를 갖고 있어서 자신을 희화화하여 우스꽝스럽게 나타내면서도(심지어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고스란히 자신을 드러내기도) 사회에서 벌어지는 윤리적인 문제, 사랑에 대한 딜레마, 스노비즘과 같은 진중한 물음들을 비관적이면서 낭만적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노골적으로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해 코미디를 선보였던 <돈을 갖고 튀어라> 부터 로맨스코미디로 아카데미 수상을 거머쥐었던 <애니홀>,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의 매혹적인 참여작인 <캐치 포인트>와 같은 작품들을 기억해보면 분명히 그는 자신만이 장르를 개척해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이야기는 주인공인 길과 약혼자인 이네즈와 그녀의 부모님과 파리 여행을 옴으로써 발단이 됩니다. 길은 각본가의 길을 떠나 소설작가로서의 새로운 목표를 개척하려고 하지만, 이미 각본가로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길에 대해서 이네즈는 부정적이였습니다. 그렇게 파리에서 우연히 이네즈와 친구였던 커플들을 만나면서 술을 마시고, 그만 지쳐 버린 길은 춤추러 가려는 이네즈를 친구들에게 보내고, 숙소로 복귀하려던 찰나 지쳐서 잠깐 계단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래된 푸조 차량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인도되어 1920년대의 프랑스의 파티의 현장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파티에는 당시에 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달리, 등등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과거에 대한 갈망이 묘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멘토 모리, 즉 현존에 대한 본래적 질문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마지막 후반부에 길이 시간여행에서 사랑했던 아드리아누의 대화를 보면 그렇습니다. 둘의 대화가 있기 전에 고갱은 길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 세대는 공허하고 상상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르네상스가 더 낫다라는 말을 합니다. 아드리아누는 반발하죠. 하지만 이어지는 길과의 대화에서 아드리아누는 벨에뽀끄, 즉 "좋은시대"라는 의미를 담은 이 단어를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과거에 대한 동경심을 그녀 또한 상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은 그녀와 대화하면서 각자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라는 신기루를 붙잡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길은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 씬에서 비를 맞기 싫어하는 약혼녀인 이네즈를 떠나 비를 맞아도 상관 없는 가브리엘을 만나 밤 거리를 걷는 장면은 이동진 평론가님의 한줄평에 비관적인 낭만주의라는 평과 딱 맞아 떨어지는 듯 합니다. 비관적인 정서 사이에서 역설적인 낭만을 묵도하게 된다고 할까요.

다리우스 콘지는 장피에르 죄네, 데이비드 핀처, 앨런 파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로만 폴란스키, 대니 보일, 우디 앨런, 왕가위, 봉준호 등등 쟁쟁한 감독들과 함께 협업하였다.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작품은 우디 앨런만의 비범함을 대중적이면서 독창적으로 표출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색감과 질감이 낭만적으로 묘사됩니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협업함으로 그의 특유의 색감, 명암 대비의 질감을 영화에 적재적소 배치함으로 파리의 절경을 영화가 끝날때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감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그 시대를 적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90분가량 그 시대의 파리를 여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 시종일관 울려 퍼지는 재즈음악은 그 시대를 향한 갈증의 고백처럼 들려지고, 더 나아가 현재에도 동일하게 나아가야 할 작품의 미래를 고단하게 품으면서도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의 결단의 고백처럼 들려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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