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엄마이기에 꿈이 있어 미안한 삶

by 동그라다

일을 하면서 분명 기쁜 적도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언니 동생들, 사고 싶은걸 좀 덜 고민하면서 사게 되고 먹고 싶은 것들을 한 번 더 먹게 되는 점들.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할 수 있게 된 넉넉한 덕질(?). 지금은 못 가지만 1년에 한 번씩 나에게 주는 휴식 같은 해외여행. 매달 같은 날 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보면서 느꼈던 뿌듯함.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건네는 선물 같은 좋은 면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일의 기쁨을 누렸었다.


좀 다르게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 것뿐인데 그 사실이 때때로 나를 슬프게 했다. 원하는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주하는 현실은 매우 불편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은 하지만 주어진 업무가 반가울 리 없었다. 마지못해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영업이었다. 영업이 싫어 퇴사를 각오하고 부서도 옮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첫 회사는 온 부서에 영업을 필수로 시켰다. 첫 회사를 퇴사하고 영업에 ㅇ 자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서 이직은 관련 업계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공장 업무도 해보고 마트 캐셔도 해보고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회사가 모바일 개통 업무였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또 관련 업계에 들어갔고, 처음 면접 때 영업은 따로 없다던 사장 나부랭이의 약속은 전혀 달랐다. 나중에 그 일로 사장과 삼자대면까지 했으니 좀 많이 억울하긴 했다. 영업이 싫었던 점도 퇴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정도인데... 사장은 내가 동의했다고 했지만 나는 동의한 기억이 없었지만 당장 다음 달 카드 값을 위해 그냥 오해했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사장이 좀 사이코가 아니라 이 인간이랑 트러블을 일으켜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너무 절실히 알고 있어서 영혼 없는 대답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 사장의 불신이 가득한 눈빛은 좀 덜해졌긴 했지만 한시라도 퇴사를 희망했던지라 남편과 결혼 일정을 잡자마자 퇴사 날짜만 기다렸다.


사실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이 썩 만족스럽진 않다. 육아도 일이라면 일이니까. 아이는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그런 아이와 24시간 퇴근이 없는 육아를 한다는 건 너무나 지치고 힘든 일이니까. 나는 아직도 내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고 여전히 시간이 멈춰있는 사람이다. 막연히 아이가 태어났다고 뿅 하고 한순간에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니까. 아직도 혼자이던 시절 내가 하려던 꿈과 일상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당장 육아를 놓고 꿈을 찾아서 갈 만큼 강단 있는 사람도 아니니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들 때가 많다. 둘 다 이뤄낼 만큼 내가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아이를 낳고 나서 체력이 더더욱 바닥이 난 상태라 회복을 기다리는 중이다. 흘러만 가는 시간 속에 여러 기회들 또한 흘러 가는 게 보여 이따금씩 울적한 기분이 상기되기도 한다.


얼마 전 자주 보던 웹툰 작가가 남긴 말이 있는데 ‘아빠가 꿈이 있어서 미안해’였다. 그 문구를 보는데 마음이 아릴 만큼 너무 와닿았다. 나 역시 꿈이 있는 엄마니까... 엄마가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내 아버지의 젊은 날과 많이 닮아있었다. 평생 가족들을 희생시키면서 사업가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아버지. 사업가의 마인드도 없이 무작정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이겨내려고 했던 사람.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릴 땐 아버지가 너무 싫고 밉기도 했다-지금도 사실 썩 아버지를 좋아하진 않는 편인데 부모님 자체가 애증과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다른 아빠들처럼 열심히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이나 받아주지, 왜 알량한 마인드로 사업을 한다면서 매번 식구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하는 원망이 따랐다. 아빠만 희생하면 엄마나 가족이 덜 고생일 거라는 생각은 기본이고 어쩔 땐 너무 힘들어서 빚만 만드는 아빠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혼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지 왜 결혼을 해서 우리를 낳아 고통을 나누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삼 남매 중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니 아무래도 싫어하는 면 또한 닮는 건 당연한 걸까. 나는 왜 꿈이 있어서 이것도 저것도 늘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며 사는 걸까. 우리 딸도 언젠가 내가 아버지를 원망했던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엄마를 원망하게 되진 않을까. 그냥 내가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인생계획에 없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아버지한테 향했던 말들은 어느새 나 스스로에게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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