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 아래 내 집 마련 가능한 날이 올까...
사실 살면서 1억이란 액수가 그다지 나와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딱히 생각이 들진 않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벌어왔던 돈들을 합쳐도 1억이 채 되지 않을 듯하다. 천 단위로 넘어가기까지 적금을 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도에 해지하기만 서너 번 있었다. 언젠가 1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물음에 단지 사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가지겠다는 그 정도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사람이 1초에 1원만 새도 죽을 때까지 다 못 새보는 돈이기도 하고, 로또나 복권 같은 엄청난 행운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살면서 쉽게 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최근의 나는 이 1억이란 단어와 매우 친숙함을 느끼는 중이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내 집 마련’이란 꿈을 가지는 사람들에겐 낯설면서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까. 사실 꿈이라고 거창할 건 없고, 철마다 이사비용+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우리 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 나 남편 모두 딱히 모아둔 돈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다들 그러하듯 전세 대출이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신경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약 제도에 올인할 만큼 타인들에 비해 점수가 높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대출의 도움은 필수 불가 요소다. 다른 나라의 유명 도시에 비하면 아직 많이 오른 가격은 아니라 하지만, 서울 집값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당장에 웬만한 아파트 값은 일억을 뛰어넘어서 몇 배 이상으로 최소 4억이란 금액부터 시작이다. 지금 현재 거주 중인 동네에도 합법적인 재개발은 무산됐다. 하지만 실제로 동네에 서너 곳의 가옥을 철거하고, 신축 빌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빌라들도 이미 일억만 으론 살 수 없는 가격들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1-2억의 돈은 돈도 아닌 것처럼 무감각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요즘은 전세대출이나, 신혼부부 특별 이자율 같은 조건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제 본 뉴스에선 세상은 공평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강남 일대를 포함한 서울 전반에 걸쳐 2-30억을 호가하는 집들을 소유한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구입자금의 출처를 소명하라는 뉴스였다. 당장 우리만 해도 최소 2억 이상은 대출을 받아야 집다운 집을 구할 수 있는데, 아무리 신혼부부 유형의 이자율이 낮다고 해도 30년 기준 월 80 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과 나는 단순히 출발선이 다르다 못해, 그것을 뛰어넘어 이미 몇 바퀴 이상 앞서있는 상태였다. 뉴스의 결론은 자금의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한다고는 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 현실의 벽은 무섭게 다가왔다. 우리의 경우는 그나마 덜 하겠지만 언젠가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쪽방촌의 사람들, 노숙자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주변 곳곳의 가난한 이웃들의 겨울이 더욱 고달프게 와닿는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누구에겐 평생 가져볼 수 없는 1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쉬운 1억이란 돈.
다시 한번 스스로 생각해봤다. 만약 1억이 생긴다면 당연히 집 구매비용으로 쓸 것이고, 이자에 대해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 같았지만 그때처럼 뭔가 즐겁거나 설렘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찌들어가는 어른으로써의 첫행보만 아니길 바랄 뿐. 억 소리 나는 집보다 억 소리 나는 인생을 살길 바랐던 나의 지난 시간이 부정당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