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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민 Jul 25. 2024

코로나19 속 심리적 반발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문화적 차이에 따른 심리적 반발의 양상

서론

  우리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들 속에서 크게 동양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로 나누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양의 사회문화를 집단주의(collectivism), 서양의 사회문화를 개인주의(Individualism)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동양의 문화에 속해있으며 집단주의의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특정 집단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생활 또는 행동의 양식이기에 어느 곳의 문화가 더 좋은 것인지를 판가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문화의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회의 특성을 비교하고, 그에 따른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코로나-19(covid-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미국과 한국의 사회문화를 비교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심리적 반발 이론이란?

이번글의 중심이 되는 심리학의 개념은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입니다. 심리적 반발이란,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를 회복하기 위해 보이는 행동적 및 정서적 반응을 뜻합니다. 이 이론은 한 개인이 특정 행동이나 선택을 못하게 되거나 이를 제한받게 될 때, 이에 저항하려는 경향을 지니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잭 브렘(Jack W. Brehm)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반발 이론은 두 가지 가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첫째, 심리적 반발은 사람들이 자신이 실행할 수 있다고 믿는 일련의 자유 행동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자유 행동이란, 사람들이 과거에 행한 적이 있고, 현재 행하고 있으며, 미래에 행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유 행동이 위협을 받거나 제거되면 사람들은 자유를 회복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집단주의 vs 개인주의

 심리학적 개념이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단주의 사회와 개인주의 사회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집단주의 사회와 개인주의 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있습니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집단에 종속되며 집단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 됩니다. 반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조되며 개인의 이익과 권리가 집단보다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따라서 심리적 반발은 집단주의 사회보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가치관과 행동양식, 사회적 관계, 의사결정 방식 등 전반적인 삶의 방식에서 드러나며, 문화와 역사, 정치·경제 체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코로나19(Covid-19) 속 사회문화적 차이

  이러한 집단주의 사회와 개인주의 사회의 차이점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것이 2020년 10월 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것은 2023년 초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민들은 마스크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마저도 대중교통과 의료시설등의 예외상황도 있어서 마스크를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했으며, 모든 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것은 2024년 5월이 되어서였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주마다 제각각이지만, 가장 짧은 경우에는 2달 만에 해제된 경우로,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했던 미시시피주가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정치 체계와 국가별 팬데믹의 심각도 등 다양한 것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이 기간만 두고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확실한 특이점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경우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반대하거나 따르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되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사회적으로 비난을 하는 여론이 거세었으며, 인터넷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를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쓰지 않는 사람들의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자연스레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fear of negative evaluation)을 가지도록 만들 것입니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타인의 기대를 따르도록 하는 규범적 동조(normative conformity)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는 이유에 대해 점수를 매겨본 결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함이라는 답변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수치를 보였습니다. 또한 타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70%로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마스크를 썼을 때의 감정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는, 의무감(예방규칙을 지킴)이 안도감(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킴) 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설문의 결과는 결국 한국사회는 집단주의적 사회문화 속에서 타자 중심적인 사고를 하며, 사회적 동조가 더욱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은 개인주의적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미국의 경우 50개의 주 중 40개의 주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였습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주의 분위기는 어떠했을까요? 국민들은 정책에 대해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반면, 미국에서는 의무화 초기 10명 중 4명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사회적 분위기 또한 마스크 착용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집단보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스크 착용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간과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마스크 착용률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심리적 반발 또한 강하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심리적 반발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이 강조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분명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기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반대한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숨 쉴 권리를 박탈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개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를 받자 그들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였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과 대면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심리적 반발 이론에 있어서의 자유란 사람들이 여태까지 해왔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할 수 있는 행위 대한 자유를 의미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여태까지의 삶에 갑작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제도화되며 의무화된 것은 당연스레 자유를 침해당한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 위협으로 인식된 사람은 설득, 규칙, 규제 및 기타 통제 수단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자유를 주장합니다. 따라서 심리적 반발이 유발되면 반론과 분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의 심각성을 부정하여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등 위협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그런 반발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우리는 사회 문화적 차이에 따라 심리학적 이론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인과 한국인의 인식차이를 조사하는 설문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비교적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나라 간 수용도 차이가 가장 컸던 방역대책은 ‘신용카드 정보'와 ‘핸드폰 실시간 위치 조회'를 이용한 자가격리자 감시였습니다.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하는 방역대책에는 한국인은 81%가 수용 가능하다고 응답했지만, 미국인들의 수용 가능하다는 응답은 3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핸드폰 실시간 위치 조회에 대한 수용도는 한국인은 80%, 미국인은 34%의 수용 가능 응답을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회문화의 차이를 확연히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이러한 방역 대책에 대해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 안전을 위한 개인의 자유 제한에 대한 심리적 반발이 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등 다양한 변수가 고려되지는 않았지만,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심리적 반발이 사회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회문화가 개인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심리학적 이론에 대한 결과도 다르게 불러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아울러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문화적 다름과 차이는 존재합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어느 문화가 더 좋은 문화이냐, 더 나은 문화이냐 하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사회 문화적 분위기 또한 그렇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방역수칙을 더 잘 지킨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가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좋은 문화가 아니냐 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집단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집단과 개인, 그 두 가지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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