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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나?

BRECVEMA Model을 통한 크리스마스 심리 전격 해체분석

by 정하민

서론

연말의 포근한 기억,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 등 우리는 춥디 추운 겨울을 떠올리자면 되려 따뜻한 기억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에는 어쩌면 우리가 일 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 우릴 반깁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어쩌면 일 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행복한 날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있겠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어서 쉽게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와 관련된 기억을 소환하기도 쉽습니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우리가 선물을 기다렸던 때를 기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행복한 날로 여기는 이유는 아마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대해 떠올리는 기억들이 대개는 행복한 기억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향수(nostalgia)라고 부릅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은 우리의 기억들이 향수가 되게 하는, 말하자면 기억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을 합니다. 재즈 뮤지션들은 11월부터 캐럴 연주를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11월은 다소 이른 시기이지만 11월의 공기는 캐럴을 맞이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또한 어김없이 연말이 되면 평소에는 유명 가수들의 신곡이 보란 듯이 이름 올린 글로벌 차트에 캐럴이 등장합니다.


자그마치 30여 년이 지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연말 글로벌 차트 1위 자리의 단골손님입니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토록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특징

크리스마스 캐럴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왜일까요? 크리스마스 캐럴은 워낙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분위기와 리듬으로 분포되어 있기에 음악적 특징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캐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가사에 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집, 사랑, 파티, 산타, 눈과 같은 가사를 사용하여 크리스마스 캐럴로서의 두각을 나타냅니다. 또한 많은 크리스마스 캐럴 곡들이 특유의 씁쓸함을 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달달한 음식에 소금을 가미하여 더욱 단 맛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약간의 마이너 코드를 더한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화음에는 반음 내림 코드가 숨어있습니다. 정확히는 Dm7b5 코드입니다. 그 코드만으로는 크리스마스의 향기를 내는 노래가 되지 않지만, 마이너 코드 특유 약간의 쓴맛이 크리스마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또 다른 주목할만한 특징으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년 듣는 익숙한 음악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평범한 음악을 향수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우리가 가진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에는 이미 익숙해진 크리스마스 캐럴이 함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BRECVEMA 모델이란?

이번 글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음악 감정 체험을 BRECVEMA 모델을 통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BRECVEMA 모델이란, 음악 지각의 정서적 효과와 구체화된 측면을 조사하기 위해 Juslin(2008, 2010, 2019)이 제안한 음악 감정 및 체화된 인지 이론입니다. 음악 감정은 음악이 청중에게 전달하는 감정이나 기분을 의미하며, 체화된 인지는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의 인지와 인식이 물리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입니다. BRECVEMA 모델은 다음과 같은 8개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간 반사(Brainstem reflexes): 음악이 발생시키는 생리적 반응을 설명합니다.

리듬 몰입(Rhythmic entrainment): 리듬이 사람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평가적 조건화(Evaluative conditioning):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의 조건화된 반응을 설명합니다.

정서적 확산(Emotional contagion): 음악이 감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합니다.

시각적 이미지(Visual imagery): 음악이 어떻게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지 설명합니다.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 음악과 관련된 기억의 역할을 분석합니다.

음악 기대감(Music expectancy): 음악적 기대가 청중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미적 판단(Aesthetic judgments) : 아름다움, 기술 또는 스타일과 관련된 정서적 반응을 설명합니다.


BRECVEMA 모델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물리적 체험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이번 주제에 아주 적합한 모델임이 틀림없습니다.


뇌간 반사(Brainstem reflexes)와 리듬 몰입(Rhythmic entrainment)

뇌간 반사(Brainstem reflexes)는 음악을 듣는 물리적 경험이 발생시키는 생리적 반응을 설명합니다. 음악은 뇌간 반사를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정한 리듬이나 멜로디는 신체의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고,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빠르고 경쾌한 음악은 활력을 느끼게 하고, 느리고 우울한 음악은 슬픔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뇌간에서 자동적으로 처리되며,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음악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만의 특징적인 뇌간 반사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은 다른 음악들과 다른 특별한 리듬을 가지거나 뇌간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대개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징글벨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징글벨 특유의 음색은 다른 음악들보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소리이기에 뇌간 반사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익숙한 캐럴곡일 경우 멜로디에 의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뇌간은 호흡, 심박수, 혈압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조절합니다. 호흡과 심박수를 조절하는 뇌간에 의해 우리는 캐럴의 향수(nostalgia)를 몸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물리적 반응으로 리듬 몰입(Rhythmic entrainment)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리듬과 심박수가 동화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리듬은 심박수와 동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다양한 리듬은 심박수를 조절하여 설레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게 할 수 있습니다.


평가적 조건화(Evaluative conditioning)

평가적 조건화(Evaluative conditioning)는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의 조건화된 반응을 설명하는 도구입니다. 이는 음악을 듣는 것과 또 다른 외부적 자극이 더해져 음악 감정이 생성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평가적 조건화에 의해 유도되는 감정은 반복적인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음악 조각이 친구를 만나는 즐거운 순간과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음악 자체가 우정과 연관된 행복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화는 보통 무의식적이며, 의도적이지 않고, 노력 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라는 연례행사에 익숙한 캐럴 음악이 더해진다면 이미 평가적 조건을 갖춘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크리스마스 캐럴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기억들이 음악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벌써 음악 자체로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입니다.


정서적 전염(Emotional contagion)과 시각적 이미지(Visual imagery)

정서적 전염(Emotional contagion)은 청취자가 음악을 들음으로 음악의 감정 표현을 인식하고, 그 감정에 동화되는 과정입니다. 음악이 감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명확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가장 큰 공통점인 가사는 가장 직접적인 감정 전달 매개체입니다. 가장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가사를 떠올려보세요.


가사가 없는 곡이어도 좋습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에, 우리가 그 감정에 동화되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캐럴에 깃들어있는 특별한 감정은 무엇이 있나요? 캐럴에는 많은 경우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며 밝은 의미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 많습니다. 그만큼 캐럴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크리스마스의 따뜻함과 편안함일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곡 중 무려 6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곡인 브렌다 리(Brenda Lee)의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트리 주위를 돌며 춤춰 봐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

크리스마스 정신이 울려 퍼지도록

Let the Christmas spirit ring

우린 나중에 호박파이를 먹고 캐럴도 부르겠지

Later we'll have some pumpkin pie And we'll do some caroling

감정이 꽤나 무르익게 될 거야

You will get a sentimental feeling when you hear

“호랑가시나무로 현관을 장식하며 행복해지자”라는 노랫소리를 들으면 말이야

Voices singing, “let's be jolly Deck the halls with boughs of holly”


이 곡의 가사는 캐럴이 우리의 감정을 무르익게 한다고, 나아가 감상적인(sentimental) 상태로 만든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감상적으로 만드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캐럴의 행복해지자는 가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이 곡에 쉽게 공감하며 더 나아가 같은 곡을 듣는 집단 간의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또한 사회 응집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에 더해 시각적 이미지(Visual imagery)는 음악이 어떻게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지 설명합니다. 크리스마스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보는 재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되는 시각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이 눈에 띠는 여러 장식들이 대표적인 예시일 것입니다. 이 밖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정서적 전염과 시각적 이미지는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과 연상케 되는 시각적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음악 감정을 형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위 음악의 가사에도 ‘크리스마스트리’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며, ‘호박파이’ 등과 같은 음식에 대한 언급도 기억 속 향수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가사입니다.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은 음악이 청취자의 개인적 사건의 특정 기억을 불러오면서 감정을 유발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음악과 관련된 기억의 역할을 분석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년 들었던 익숙한 음악일 것입니다. 여전히 수십 년 동안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캐럴들이 많기에 우리는 캐럴의 특별함을 매년 같은 곡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특정 음악에 개인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학창 시절 가장 즐겨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듣는다면 그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르거나, 옛 연인이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씁쓸한 공상에 잠기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는 매년 있는 연례행사라는 점과, 대체로 행복한 기억들이 많이 있다는 점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특별한 기억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캐럴은 더 나아가 특정 음악이 아닌 캐럴이라는 거대한 장르로 묶여 에피소드 기억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아마 캐럴이 특별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이미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추억하기를 좋아하며 그때가 다시 오기를 원하니까요.


음악 기대감(Music expectancy)

음악 기대감(Music expectancy)은 음악적 요소가 청취자의 기대에 부합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지연시키는 과정을 통해 감정을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청취자가 이전에 경험한 동일한 음악 스타일에 기반하여 형성된 기대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기대하는 음악적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가사를 기대할 수 있으며 크리스마스 캐럴 특유의 약간 더해진 짠맛, 마이너 코드의 등장을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감정 자체를 기대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체로 날씨가 쌀쌀해지고 따듯한 옷을 껴 입으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 분명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캐럴 자체로 아름다운 향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캐럴을 더욱 특별한 기대감으로 듣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미적 판단(Aesthetic judgments)

마지막으로 미적 판단(Aesthetic judgments)입니다. 미적 판단은 앞서 소개한 7개의 과정과는 다른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넘어선 인지의 과정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음악을 평가하는 과정을 우리는 미적 판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취자는 캐럴 음악에 미적 가치가 있다고 인식할 때 자신만의 미적 기준을 적용하여 음악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은 주관적인 미적 판단 기준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왜냐하면 캐럴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재즈와 보컬의 조합부터, 찬송가 캐럴, 대중적 음악으로서의 캐럴, 나아가 힙합 캐럴까지 다양한 미적 주관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음악적 요구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입니다. 청취자는 그저 자신의 음악적 취향에 맞는 캐럴을 취사 선택하여 듣기만 하면 됩니다. 음악의 장르는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에 변수를 주지 않습니다.


결론

이제 우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왜 우리에게 특별함을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크리스마스에는 행복한 기억이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음악은 우리의 삶에 아주 밀접하여 언제나 우리의 감정과 함께하고 때로는 기억을 불러오며 기대감을 형성시키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돕습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음악은 우리의 향수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향수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자면, 우리가 가진 기억에 아름다움을 더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에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크리스마스 외에도 특별한 날은 많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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