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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이 Jan 16. 2023

하프(harp) 동행기

좌절과 실패의 연속...

 '음악의 언어'  송은혜 작가는 오르간, 피아노, 하프시 코드를 연주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연주가이다. 책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누군가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제일 먼저 이렇게 질문한다.
“연습을 위한 시간을 떼어 놓을 수 있나요?
그렇다면 시작하셔도 됩니다.”
음악을 배우는 시간은 좌절의 연속인데, 스스로에 대한 꾸준한 실망과 낙담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연습이기 때문이다. 실망하고 연습하고 약간 회복하고, 또다시 실망하고 습관처럼 연습하고 조금 더 회복하는 시간을 무한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미세하게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음 목표를 꿈꾸게 된다. 이렇게 좌절은 조금씩 익숙해져 삶의 일부가 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공감을 하면서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수많은 음표와 손가락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실망하고 좌절하는 내 모습이 진짜 나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몰아쳤던 학창 시절.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당연하다는 듯 연습이 곧 좌절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그 말에 그때의 나에게 미안해졌다. 지금이라도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그때 알던 네가 진짜 네 모습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레슨을 받는 대상 증 성인 분들 특히 나이대가 높을수록 스스로를 채근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아무리 괜찮다고 격려하고 지지해도 타인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분들이 하는 말은 언제나 비슷하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 '손가락이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너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없다.'라는 식이다.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다음에 따라오는 것은 미안해서 레슨 받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보다 지금의 레벨보다 쉬운 곡을 하고 싶어 하며 그다음 단계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노력과 인내를 거치지 않고 얻어지는 게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프를 즐기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마음도 금세 사라진다.


그런데 나 역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시간과 연습이 필요했던 걸까. 시간이 지나고 앞자리 숫자가 바뀌자 하소연의 진짜 의미를 조금씩 알 것도 같았다. 안경을 꼈다 벗었다를 반복해야 하는 시간이 잦아지고 일상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며 예전과 다른 나를 낯설게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하소연이 나의 하소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생의 선배길을 걸었던 그들이 자신의 육체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무리 해도 달라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연이은 실패 속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예전 같지 않은 시력과 기억력,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 몸의 움직임들. 타인의 인정과 지지가 아닌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늙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그들만이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연습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며 인내심과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힐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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