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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이 Mar 03. 2024

3년 후 그 날을 상상하며

너와 나의 11년


다시 이곳의 공기를 마시게 되다니. 7년 만에 다시 온 신혼 여행지 발리. 2년 전 5주년 결혼 기념일에 맞춰 오자 했지만 2년을 미뤘다.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엔 발품을 들이는 여행이 맞다며 5주년 기념일에는 발품을 팔 수 있는 오키나와로 갔다. 행운의 럭키 세븐에 가자며 7주년 결혼기념일에 맞춰 온 것이다. 입국장을 벗어나 차로 움직이자 덥고 습한 발리의 기운이 온몸 가득 퍼졌지만 마음은 뽀송뽀송하다 못해 하늘을 날아갈 듯 가볍다. 7년 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려고 기지개를 피기 시작할 무렵, 그 두려움이 완연한 그때 나와 짝꿍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전 세계 공항이 폐쇄되기 전이라 무리 없이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만 생전 처음 맞는 위기였기에 긴장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우리의 걱정과 우려와 달리 현지의 모습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마스크 한 사람을 오히려 쳐다보는 분위기였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코로나가 주는 긴장감이 없기 때문일까 아님 허니문이 주는 떨림이 없어서일까 7년 만에 다시 만난 발리와 그 속의 우리는 모든 게 편하고 자연스럽다. 설렘과 기대감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둘인 듯 하나같고, 하나인 듯 둘 같은 우리는 칠 년이란 시간만큼 닮아져 있었다. 숙소로 가는 차 안, 냉기 가득한 공기를 몰아내기 위해 창문을 내렸다. 습하고 미지근하게 불어 들어오는 차 속의 바람이 날카로워 몸을 뒤로 젖히거나 창문을 닫을 만도 하련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승자의 모습처럼. 내 오른손 끝이 짝꿍의 손에 닿을 듯 말 듯 간지럽히는 거리가 감질맛이 나서일까, 나의 오른손을 뻗어 그의 왼손을 따스하게 잡아끌었다. 잡은 두 손은 원래 하나였던 거 처럼 편안하다.


 그와 함께 한 11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머리 속으로 스쳐지나 갈때 쯤 어느새 익숙한 돌담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 7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건물들을 둘러싼 자연과 귀에 닿는 웰컴송은 그대로인 듯했다. 산뜻한 웰컴 드링크를 한 손에 들고 높은 천장을 쳐다보며 로비를 빙글빙글 돌아보았다. 그러다 이내 보고 싶던 광경이 생각나 바삐 움직여 그곳으로 몸을 돌렸다. 눈길이 머문 곳에 다시 만난 그리웠던 광경. 위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뻗은 길이 마치 나를 마중하기 위해 길게 깔린 레드 카펫 같아서일까 내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7년전 조금은 풋풋하고 설레는 기분으로 이 곳을 누비던 그 때의 우리가 생각이 나서일까. 상기된 볼을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양 볼에 닿는 내 손이 유난히 따뜻하다. 체크인을 마친 그가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마치 11년 전 그를 보았을 때 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그에게 보내본다. 다시 잡은 손에서 11년간 서로에게 느꼈많은 마음과 감정들이 오고가는 해 그 손을 살짝 놓았다시 잡았다. 잠깐 멈춰서 그의 눈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봤다. 살짝 놓았다 다시 잡은 그 손을 우린 서로 꼬옥 잡아끌었다. 우리가 칠일 동안 머물 이곳의 모든 시간들이 벌써부터 아쉽게 느껴진다. 시간아 부디 천천히 흘러다오.   

출처: 인터파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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