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북쪽 길 # 04
Just do it
삶과 죽음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 문화 종교 등 사람마다 삶의 목적과 사후 세계는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삶이라는 길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거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정말 오랜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이 때 삶을 마감하거나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다.
가끔 아프거나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지만 나보다 건강하지 못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 피를 전해줄 수 있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28년의 인생을 살아왔고 언제 삶을 마감할지 모르지만 얼마가 됐든지 간에 나아갈 길이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거나 혹은 짧은 길에서 장기적인 목표나 짧은 목적지를 가지고 전진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끔은 걸음을 멈추거나 뒤로 가는 경우도 있다. 아파서 휴식을 취하거나 나를 찾기 위한 과정 때문에 이 길 저 길 헤매거나 또는 무엇을 두고 왔는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뒤로 가보고 다시 걷기도 한다.
순례길은 인생과 참 비슷하다. 걷기 시작하면 일단 특정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계속 전진하는 길이다. 앞서 길을 걸었던 사람들 덕분에 길이 나있고 이정표가 있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다른 인종 문화 언어를 가진 이들을 만나 나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이새적인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 먹고 서로를 격려하며 친절한 낯선 이들과 인사하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순례길도 인생처럼 계속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쑤시거나 허리가 아프고 왜 이렇게 삶의 짐은 무거운지 배낭이 내 몸을 짓누른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고 괜스레 투정을 부리고 왜 내가 사서 고생하며 이 길을 걷는지 의문일 때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잘 살아오다가도 왜 사는지 나는 누구인지 나를 가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하거나 친한 친구들마저 위로가 되지 않아 홀로 외로움에 젖어 있을 때가 있다. 누구나 길을 걷다 보면 겪는 일들 당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더 전진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일. 800km 가까이 되는 순례길도 처음엔 막연하게 멀게만 느껴지고 언제 도착하나 걱정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어느새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있는 나를 보게 된다.
막상 도착이 가까워지면 힘들고 무기력했던 날들은 잊혀지고 해냈구나라는 성취감 그리고 과정 자체가 보상이라 말한 잡스처럼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게 될 것이다. 오히려 도착하면 더 걷고 싶거나 아쉬움이 남아 있는 지나온 길을 보게 된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어려움과 기쁨등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죽음이라는 목적지에 가까이 가면 아쉬움이 더 크지 않을까?~
우리는 오늘 날씨 좋은 창 밖을 보고 일어나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