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만난 '세월호'

스페인 아저씨가 말하는 세월호

by 꿈충만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라라소나에 도착할 때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진 않았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알베르게를 찾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 알베르게가 닫혀있었고, 3월에는 공식 알베르게를 열지 않는다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수비리에서 더 걸어온 것이 악수가 된 것인가... 다른 순례자들처럼 그곳에서 쉴 걸...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형, 어떡하죠?"
"다른 알베르게나 숙소를 찾아볼까?"

우리는 두 개 조로 나눠 다른 알베르게나 숙소를 찾아봤지만 허탕이었다. 비도 오고 몸도 지쳤는데 다음 마을까지 가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시 5명이 다 같이 모여 걸었다. 마침 어떤 아저씨가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알베르게를 찾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했더니 바로 반대편 건물을 가르킨다.

"우와 알베르게야 알베르게!"
"형 진짜 다행이다 휴."

라라소나 공립 알베르게는 겨울철 일정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대신 사립 알베르게를 찾을 수 있다. 이 마을 외에도 일부 알베르게는 겨울철 비수기 때는 열지 않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공립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 아저씨가 알베르게를 일러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헤매거나 다음 마을까지 또 걸어야 했을지 모른다.

IE002081147_STD.JPG

▲ Larrasoana 마을 가게

ⓒ 임충만



마침 우리에게 알베르게를 일러준 아저씨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의 작은 구멍가게 정도? 우리는 알베르게로 가기 전 가게에서 저녁식사 재료를 사기로 했다. 주인아저씨께서는 맛을 보라며 와인을 한 잔씩 따라줬다. 스페인 인심이 이렇게 후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반가운 글씨를 발견했다.

한글이었다. 스페인 순례길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글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진 못했도. 그것도 메뉴나 안내표지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이니 더욱 놀랄 수밖에.

"실례합니다. 저는 한국인이에요. 왜 이 문구가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한국에서 학생들이 배를 타고 가다가 침몰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차가운 물 속에서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을 기리기 위한 문구야."

그는 단순히 세월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설명까지 할 수 있었다. 무척 놀랐다. 이 문구는 왜 여기 있는 것인지, 한국 순례자가 놓고 간 것인지, 놓고 갔다면 왜 하필 이곳인지, 아니면 아저씨가 다른 한국사람에게서 받아온 것인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친절하게 알베르게 위치를 알려주고, 와인까지 준 고마운 사람. 그 덕분에 알베르게를 찾을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외국인을 통해 한국의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해 전해 들은 것이 씁쓸했다.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천해야겠다.

IE002081148_STD.JPG

▲ 세월호 주인 아저씨가 세월호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임충만


출처 : 오마이뉴스 https://goo.gl/mDIvn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아암환우를 위한 산티아고순례길 엽서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