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한다 1988 24번째 날 Villafranca
- 가정식 Menu Del Dia
- 와인
- 친절
- 깜뽀 나라야 비니 꼴라 협회 Moncloa de San Lazaro
- 토요일 결혼식
No Vino No Camino
순례길을 걸으면서 바뀐 점들 중 하나는 바로 와인을 자주 마시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와인 생산량이 단위 면적당 3위를 자랑하듯 심심찮게 포도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 앙상한 나무만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도나무는 앙상해 포도를 볼 수는 없었지만 와인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와인 분수 이후로는 자주 와인을 마셨다. 한국에서는 정말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마실 일이 없는데 스페인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게 됐다. 저녁 식사할 때 알베르게에서 만들어 먹을 때면 친구들과 함께 저렴한 1~2유로짜리 와인을 구입해 1,2잔씩 나눠마셨다. 가끔 레스토랑에서 메뉴 델 디아(Menu Del Dia)라는 순례자 메뉴를 먹을 수 있는데 대략 10유로에 애피타이저, 메인 메뉴, 후식 그리고 물, 맥주, 와인, 음료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어떤 곳은 와인을 선택하면 한 병을 통째로 주는 곳도 있어 한국에서 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자주 마실 수 없기에 더 마셔보고 싶었고 가격이 저렴해서 다른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와인이 저렴할 때도 있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서 영양 섭취가 중요한 순례자에게 이롭고 몸이 피곤할 때 와인 한잔은 우리의 걸음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오늘처럼 넓은 포도밭을 본 날은 처음이었다. 포도밭을 볼 때마다 리오하 주의 와인 분수가 생각나서 정말 스페인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아무리 포도가 많아서 와인이 남아돈다 하더라도 설사 관광정책을 위한 방법 일 수도 있지만 매일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넓은 포도밭을 따라 걸으니 마음이 상쾌했다. 길을 걷다 보니 와인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Vinas Del Bierzo라는 와이너리가 보이길래 같이 걷던 플로르가 잠시 와인을 마시면서 휴식하자고 해서 나와 준택이 후안까지 4명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 곳은 순례자를 위해서 휴식 장소와 화장실을 제공하면서 크레덴시알에 찍을 수 있는 스탬프를 마련해뒀다. 또한 기념품과 와인을 구매할 수 있고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핀초(Pincho)라는 타파스와 와인 한 잔 가격은 1.50 유로로 꽤나 저렴해 부담 없이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와인을 마시며 쉬려다 맛있는 타파스까지
함께 저렴한 가격에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깜포나라야에서 한 시간 정도 걷고나서 플로르가 좋은 정보를 하나 알려줬다. 외곽 지역에 '비니꼴라(Vinicola)'라는 협회가 있는데 순레자들에게 무료로 와인을 준다는 것이었다. 와인분수에 이어서 또 순례자들에게 와인을 무료로 준다니 스페인 사람들은 이다지도 자비로운지~여러분도 꼭 지나치지 말고 휴식을 취하며 와인 한 잔 하고 가시기를!~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냐고 물어보니 가이드북에 써져 있단다. 난 이런 고급 정보도 모르고 작년에 폰페라다 템플 기사단성도 그냥 지나치고 비니꼴라 협회도 그냥 지나갔단 말인가... 플로르와 한나 준택이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아일랜드에서 온 쉐인과 발렌시아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로잔나와 같이 6명이서 비니꼴라 협회 가게로 들어갔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플로르가 주인장에게 순례자인데 와인을 마실 수 있냐고 물으니 진짜로 주인이 와인 한 잔씩을 따라줬다.
다시 한 번 순례길 위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들의 배려에 감사했다. 라라소나에서 만난 세월호 사건을 설명해준 구멍가게 아저씨부터 목 마른 순례자를 위해 설치해둔 리오하 사람들의 와인분수는 타는 목 뿐만 아니라 밋밋한 길 위에 재미를 부여해줬고 피레네 산맥에서는 산을 넘다 지친 순례자들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길을 잃은 요코를 경찰차에 태워 다음 마을로 데려다 주고 길을 잃고 헤맬 때 마다 길을 가다가도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묻는 이들도 있었고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두리번 두리번 거릴 때는 집에서도 창문을 열고 나와 방향을 가리켜 주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생각난다.
알베르게에서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시고 떠날 때 안아주셨던 나헤라 호스피탈레로와 봉사자들 지겨울 법도 하지만 순례자들을 볼 때마다 Hola 라고 인사하고 Buen Camino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도로에서도 경적을 울려서 인사하는 트럭 운전사들 덕분에 고된 길에 즐거움이 더해졌다.
그리고 과연 나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친절했는지 되돌아봤다. 작년에 우연히 2호선을 타고 앉아 있다가 동대문에 놀러가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 옆 좌석에 앉아서 DDP에 어떻게 가는지 몰어봐서 알려드리고 마침 갖고 있던 전통문양이 깃든 부채가 있어 선물했더니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처럼 먼저 다가가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던 기억은 없었다.
2015년 한국을 찾은 방문자는 13만 명이 넘는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가 4월11일 공개한 '2016 여행 및 관광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인 136개국 중 19위(4.57점)를 했다. 열네 가지 평가 항목 중 열 개에서 순위가 올라 2015년의 29위에서 열 계단이 상승했다. 가격 경쟁력과 주요 무역협정 체결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나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의 수는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뉴스에서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일부 택시기사들이 한국어가 서투른 여행객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거나 명동이나 동대문 같이 외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에서 가격 덤터기를 씌우는 소식을 접할 때면 큰 아쉬움이 든다. 한 순간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처럼 친절하고 배려심 있다면 한국을 찾는 이들이 즐겁게 여행하고 또 찾아오지 않을까?
와인을 마시고 봄길을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제는 햇볕이 따사로워서 레인자켓을 벗었다 입었다 할 정도였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목적지에 도착해 우리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침대는 처음 보는 3층 침대로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사설 알베르게치고는 5유로로 굉장히 저렴했고 물이나 우유 콜라카우(초콜렛라뗴)등 음료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배치해서 참 좋았다. 와인부터 오늘 만나서 같이 걸은 친구들 맑고 적당히 바람부는 날씨에 넓고 푸른 풍경은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줬다. 그래도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저녁식사였다.
오늘 묵은 알베르게는 이제까지 봤던 알베르게와 다르게 한 가족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였다. 사립 알베르게의 경우 저녁 식사는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 곳은 정해진 시간에 7유로를 지불하면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룰을 갖고 있었다. 가격도 7유로로 대부분 10유로에 순례자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비해서 싼 편이었다.
레스토랑 음식도 맛있지만 값싸게 스페인 가정식 음식을 맛 볼 수 있으리란 기대에 벌써부터 설렜다. 시작은 식전 빵과 수프가 나왔다. 수프에 빵을 찍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며 다음 음식을 기다리며 이야기하다보니 오늘의 피곤이 싹 달아났다. 두번째로는 삶은 계란과 채소들과 감자 그리고 스페인 올리브가 섞인 샐러드가 나왔으며 마지막 매인메뉴는 스페인에서 처음 보는 고로케였다. 고로케 속 안에는 짭쪼름한 하몽과 감자가 들어있고 겉은 바삭바삭했다. 오랜만에 튀김음식으로 배에 기름칠을 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사실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 자세하게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
VIillafranca del bierzo 볼만한 것 : 용서의문
알베르게 Albergue Ave Fenix
와인 1.50
기념품 2.00
와인 1.00
알베르게 5.00 저녁 7.00
빵 5.15(내일 아침 점심) 왕니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