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breiro
오르막길

응답한다1988 Ocebreiro

by 꿈충만
슬라이드1.JPG 갈리시아 스페인 북서부 자치지방


IMG_7479.JPG 순례자 상 Villafranca del Bierzo


"우와 , 스페인에 라면 파는 곳도 있어?"

"형 짜파게티까지 있어요?"


일정 때문에 버스를 타고 레온으로 이동해 나와 준택이보다 며칠 앞서 걷고 있는 성균 이형과 종원이가 단톡 방에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 사진은 음식 사진이었는데 바로 짜파게티와 라면이었다. 그것도 알베르게에서 끓인 라면이 아니라 음식점에서 촬영한 사진은 라면뿐만 아니라 공깃밥과 김치까지 있었다.


"어디예요?~라면 먹고 싶다 어딘지 알려주세요 형 "

"트라바델로 에 라면 파는 가게 있어 가격은 6유로야"


준택아 우리 라면 꼭 먹자 '트라바델'로 그냥 지나치지 말자. 작년에 걸었을 때 '트라바델로'를 지나갔는데 라면 가게를 보지는 못했다. 처음 순례길을 걸었을 때는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지 못했고 앞만 보고 걷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니 놓친게 참 많았다. 이번에는 꼭 트라바델로에서 라면 국물에 밥 숟가락 얹어서 김치 하나 쫙 찢어 올리고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먹기로 약속했다. 오늘은 바로 그곳 라면가게가 있는 트라바델로를 통과하는 날이었다.


아침 식사를 빵으로 대충 때워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에서 꼬르륵 소르가 났다. 날은 정말 화창해서 정말 걷기 좋았다. 2시간 쯤 걸었을까 트라바델로에 도착했다. 트라바델로는 절벽이 있는 계곡에 있으며 졻은 길로 통과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지는 않지만 라면가게와 바가 있어서 쉬는 곳으로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좁은 지형 때문에 이 곳에서 숨어서 순례자를 기다리는 강도도 있었으며 일부 귀족들은 통행료를 받기도 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라면가게가 있는지 의아하면서도 계속 찾아보니 마을 끝 쪽에 태극기가 달려 있는 한 가게를 찾았다. 드디어 라면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준택이보고 여깄다고 외치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라면을 먹으면 과연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서 같이 먹자고 말했다. 하지만 큰 일이 났으니 가게가 닫혀있었다. 시에스타면 이해하겠는데 곧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데 문이 닫혀있다니...우리가 운이 없게도 쉬는 날에 온걸까 봤더니 영업 시간이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그리고 오후 14시부터 22시까지...시에스타시간이 아닌 점심 시간에 영업을 안하다니 식사할 시간이 필요하신건가 별에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영업 시간은 손님이 아닌 주인장 마음아니겠는가? 10시30분쯤 트라바델로에 도착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스페인은 아침에는 간단히 쥬스나 까페 콘 레체를 마시면서 빵을 먹고 아점을 먹고 점심을 2~4시쯤에 먹고 저녁을 8~9시에 먹곤 한다 . 하지만 순례길을 걸을 때 12~2시에도 대부분 음식점이나 바가 문을 열어서 자주 가곤 했는데 마침 라면가게는 그 시간에 열지 않다니 정말 아쉬웠다.


라면을 뒤로 하고 만난 것은 바로 오르막길이었다. 베가 델 발까르세(Vega del Valcarce)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오세브레이로(O Cebreiro)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었다. 오르막의 시작인 베가 델 발까르세에서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길에 대비했다. 첫 날 피레네 산맥 이후로 가장 힘든 날이었다. 작년에 이 힘든곳을 어떻게 넘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지금보다 더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올랐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오 세브레이로(1296m)까지 오르는길은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다행이 안개 없는 화창날 날이 었지만 경사만으로도 우리를 매우 힘들게 했다. 오를 때도 정말 힘들었지만 라 파바에 도착하고 보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평소에 정말 잘 걷던 한나도 오르막길이 잠깐 끝나는 곳에서 Scheiße(젠장)을 외치면서 베낭을 배게 삼아 땅바닥에 누워버렸다. 후에 올라오는 순례자들도 다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니 금새 또 힘이 들었지만 반감움도 있었다. 바로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 152.5km 남았다고 알려주는 표지석과 갈리시아주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산티아고 도착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이제 앞으로 만나는 표지석마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스페인의 행정구역은 17개 자치지방 2개의 자치시, 50개 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북서쪽에 위치한 지방은 바로 갈리시아 지방이며 주도는 우리의 목적지인 산티아고콤포스텔라이다. 드디어 여정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뿌듯하면서도 슬슬 도착하고나서 귀국전까지 약 보름의 시간 동안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까 슬슬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와 친구들은 오세브레이로에 도착했다. 힘든 만큼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오늘 길은 눈 덮힌 피레네를 넘는 것 만큼 힘들었지만 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여서가 아닐까?~ 우리는 정상에서 함께 외쳤다. 오세브레이로 오세브레이로!~


정인-오르막길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 일지 몰라

한 걸음 이제 한 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오 세 브레이로 1296m

주스2.00

맥주3.00

알베르게6.00

우유1.00

저녁 10.00

선물 8.00


오세브레이로 알베르게는 취사가 불가능하고 마트가 없어서 레스토랑에서 사드셔야 합니다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산티아고콤포스텔라에서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MG_7503.JPG 네덜란드 주인이 운영하는 라면집이 있는 트라바델로
IMG_7505.JPG 라면 + 공기밥 + 김치 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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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507.JPG 10시부터 2시까지는 영업 X ㅠㅠ우리한테는 점심 먹을 시간인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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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552.JPG 정말 잘 걷는 한나도 오세브레이로에서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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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572.MOV.jpg 갈리시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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