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름이 된다면

응답한다1988 30번째 날

by 꿈충만

- 멜리데에서 문어(Pulpo)

- 장애우

- 사고로 발을 잃은 사나이

- 관광버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날씨도 좋아서 발걸음이 가벼웠다. 평지 없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어 지루할 새가 없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길 위에 서 있는 버스를 봤다. 저번에 철 십자가에서 봤던 관광객들과 달리 아예 순례길 위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막고 있어서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잘 알고보니 휠체어를 탄 사람 반 휠체어를 미는 사람 반이었다. 순례길을 걷다보면 두 발로 걷는 순례자 외에 자전거를 타거나 말을 타는 순례자들 또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휠체어로 이 길위를 가는 이는 처음 봤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단체 순례자들을 보다니 신기했다.


그들은 두 팔로 힘차게 휠체어를 돌리고 있었고 봉사자로 보이는 분들이 옆에서 함께 걷고 또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도 있었다. 경사가 높은 산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휠체어가 가기에는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돌들이 숨어 있는 길이었다.


같이 걷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절단장애를 가지신분들과 함께 걷는 봉사활동중이었다. 오늘 하루 산티아고 순례길 일부 구간을 봉사자와 절단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는 행사였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서로 대화하며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이동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 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한참 부족하다. 얼마 전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수강신청 때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건물 내 엘레베이터 설치 유무를 표시하는데 행정 실수로 표시가 안됐고 한 장애인 학생이 그 수업을 신청했다. 개강 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학교에서 강의실을 옮기려는 노력을 했지만 이미 이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이 반대해 무산되고 말았다. 학교 측 잘못이지만 학생 선택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미관을 해친다고 없애는 지자체도 있듯이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으로서 삶을 사는데 참 부족한 모습이 많다 .


다시 길을 걷다보니 길 위에서 크레덴시알에 인두 도장을 찍어주고 기부금을 받는 한 사내를 봤다. 그냥 지나쳐 가려다가 의문점이 들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발 하나가 없고 의족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봤다.


"사고로 다리를 잃어서 기부금과 티셔츠를 판 금액으로 장애인을 돕고 있습니다"


빡빡한 예산 때문에 티셔츠를 구입하지는 못했지만 도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소액을 기부했다. 내 다리를 사고로 잃는다면 나는 과연 어떨까?~건강하게 태어난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미약하지만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거름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


갈리시아 지역의 공립 알베르게가 모두 6유로로 통일 되어 있다. 또한 해산물로 유명한데 특히 멜리데에서 Pulpo(문어) 요리가 유명해 순례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맛 뿐만 아니라 콜레스트롤 저하 기능과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문어는 꼭 순례길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점심 시간에 멜리데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이제까지 길에서 봤던 순례자들을 한번 씩은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문어요리는 인기다.


멜리데에서 가장 유명한 문어 요리 가게에 가보니 이미 친구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문어를 뜨거운 물에 데치고 삶아서 먹기 좋게 썰고 고춧가루와 올리브오일을 두른 문어 요리는 약간 매콤하면서도 씹는 맛이 감히 예술이다. 문어 뿐만 아니라 식전에 나오는 빵을 그냥 먹지 않고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으면 그것도 일품이며 한 잔 와인을 곁들이면 이보다 맛있을 수 있을까?~


아침 종일 걸은 피로가 싹 날아가고 등에 날개를 단 것 같이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오늘 아르수아에 걸음을 멈췄는데 나와 준택이는 더 걷고 싶어서 친구들과 내일 보자며 인사하고 더 걸어 Camino das Ocas 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가이드 북이나 정보 없이 가다가 순례길에서 벗어난 1km 알베르게가 있다고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고 길을 따라 갔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순례길도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상업화돼 알베르게를 만들고 홍보 마케팅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서 아니면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길가에 알베르게가 있다고 알리는 전단지나 표지판을 만들거나 다른 마을에 알베르게나 마을에 전단지를 돌리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영업에 당했다. 순례길 위에 있는 알베르게도 아니고 외곽지역으로 1km 떨어져 있다는 거짓말을 따라간 길은 거의 30분이 걸렸고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이제까지 본 알베르게와는 다르게 펜션이었고 입구 문은 열려있었다.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었고 주인장의 전화번호로 보이는 숫자와 스페인어 필기체로 써져있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있었다.


인터넷에 접속해 알베르게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까 그냥 아무도 없으니 돈도 안내고 있어도 되는지 별에 별별 생각이 다 들다가 준택이가 주인장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뚜 뚜 뚜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으나 그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해 간단한 스페인어로 우리를 순례자라고 소개했다. 곧 오겠다고 말한 그가 몇 분 있다가 도착했다.


10유로를 질불하고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고 내부 시설을 소개해줬다. 알베르게에 나와 준택이 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꽤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알베르게도 여름 성수기 때는 사람이 바글바글 하겠지?~순례길 외곽 지역에 떨어진 이 알베르게는 휴식을 취하기 좋고 시설도 좋아 친구들끼리 딱 MT 여행을 오기에는 정말 좋아보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꽤나 무서웠다. 주인장은 없고 주위에는 집 몇 채와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보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슬라이드1.JPG


IMG_8008.MOV.jpg
IMG_8018.MOV.jpg
IMG_8021.JPG
IMG_8026.JPG
IMG_8038.JPG
IMG_8039.JPG
IMG_8052.JPG
IMG_8057.JPG
IMG_8064.JPG
IMG_8067.JPG
IMG_8071.JPG
IMG_8074.JPG
IMG_808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베르게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