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그 사이, 클락션

by 감정연구소

감정연구소


2025년 11월 19일


클락션



우리 아버지는 쓰러지셨다. 갑자기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왼쪽이 안 움직이셨다고 한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손도 움직일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군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는데 행정보급관이 나를 불렀다. "놀라지 말고, 아버지 쓰러지셨다" 처음으로 우는 게 아닌데 울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 감정이 다가오기 전에, 슬픔이 다가오기 전에 눈물이 먼저 떨어졌다.


바로 짐을 싸서 휴가를 나왔다. 역 앞에 도착해서 한참 담배를 태웠다. 아버지를 볼 자신이 없었다. 운동을 업으로 삼을 정도로 운동을 잘하시며, 건강하시고, 강인하시던 분이셨다. 상상이 안되었다. 그런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실에 누워계시다는 게 결국 마음은 역 앞에 두고 몸만 병실로 들어갔다. 마음도 들어간다면 내가 쓰러질 거 같았다.


아버지가 우셨다. 나를 본 순간 그냥 우셨다. 아이 같았다 정말 순수한 울음. 처음이었다 그런 순수한 울음을 내 아버지한테 보았던 게. 나는 울음을 참았다. 나까지 울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또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는 한참을 우셨다. 나는 한참을 삼키었고 그 시간이 아직까지도 인생 중 가장 길게 느껴진다. 그 길다던 군생활 보다도.


다행히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좋아지셨다. 정말 다행이다. 운동도 다시 하시고, 새로운 공부도 시작하셔서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 나보다도 더 건강하시다. 몸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시다. 쓰러짐은 아쉬운지 약간의 다리 절뚝임은 남은 정도, 그 정도이다.


어젯밤 퇴근하고 집에 오던 길이였다. 조금은 많이 어두운 거리였다. 앞에 다가오는 분들의 얼굴이 안 보이는 정도. 그날 하루가 보람찼는지 힘든 몸을 이끌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걷고 있었다. 그때 구급차가 지나가면서 클락션을 울렸다. 조심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찻길에 조금 삐져나왔던 건지 앞을 잘 보며 걸으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설마 구급차에 타 있는 게 우리 부모님인가? 나에게 알리려고 클락션을 울린 것인가?”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더니 머릿속 전체를 울릴 정도로 커졌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 귀가 터질 듯이 숨이 너무 뜨거웠다. 쓸데 없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생각을 멈출수가 없었다. 집까지는 3분 정도 남았다. 배고파서 편의점에 가려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편의점은 지나있었다. 집 앞에 도착했다.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취침등이 켜져 있을 시간인데 이상했다. 심장이 터진 거 같았다.


또 담배를 태웠다. 자신이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 붙잡으며 빠르게 피워나갔다. 담배가 줄어들면서 내 수명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우리 집은 5층이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자꾸만 숨이 가빠졌다. 심장이 이렇게 까지 빨리 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뛰지 말라고 진정하려 마음에 계속 말을 걸었다. 귀를 닫은 건지 내 말을 전혀 듣질 않았다. 비밀번호 치는 소리도 못 듣고, 어떻게 문을 연지도 모른 채 집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누워계셨다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 순간 그렇게 터질 듯 뛰던 심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 해졌다. 정말 고요히 수평선처럼 그렇게 조용해졌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마음속으로 계속 돼 내었다. 오랜만에 시간이 정말 길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다시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구급차 선생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어두워서 길을 넘을까, 클락션을 울린 것이니 조심하라고 말해준 것이니 이 얼마나 따듯한가.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나에겐 호의가 남에겐 불편함, 부담감 일 수도 있구나 정말 특별한 경우였지만 세상 다양한 감정들 존재하기에, 내가 모르는 감정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조금 더 세상을 감정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어야겠다. 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생색을 내면 안 되겠구나.“


“결국 세상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것이니 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알아야 상대방을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내가 지금 감정연구소 이름으로 글을 쓰며 다양한 감정을 전하는 게 잘하고 있구나“ 라고


오늘 이 글은 나의 잠깐의 경험담이지만 독자들 또한 비슷한 경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강요하진 않는가, 상대방을 제대로 존중하고 있는가, 나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고 있진 않은가 하고 또한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받고 있는가, 우리 자신을 놓치면서 까지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라는 걸

우린 감정을 전하기 전, 한번 더 생각하여야 한다.


오늘의 정리를 해 보자면. 상대를 존중하는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나를 놓치지 않으며 세상 바라보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구급차 선생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치려 한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일상에 한번 더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세상을 한번 더 이해했습니다.


오늘의 감정은 공감이라 마무리하겠다.

오늘의 감정은 고통 그 사이로 정리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행복 그 사이, 길며 짧은 1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