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송이를 만나러 나갔다. 구조자 분과 만나서 함께 병원으로 이동 후,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일정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송이가 적응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송이 방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차 안에서 이동하는 송이의 모습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냄새가 훅 났다. 이게 바로 집주인이 말했던 동물냄새인가 싶었다. 앞으로 나는 익숙해져서 알아보지 못하게 될 냄새겠지라고 생각하며, 송이를 기다렸다.
갑자기 이동장으로 옮겨진 송이는 놀래서 하악질을 했고, 그 하악질이 나를 향한 하악질이 아닌 구조자님을 향한 것이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하악질 한 거 아니니까, 우린 친해질 수 있겠지? 송이를 뒷자리에 태우고, 송이와 친해질 겸 나도 옆에 앉아 한참을 차를 타고 집에 갔다.
"이동장 챙기세요" 이 말을 듣자 내가 송이 보호자라는 사실이 확 다가왔다. 송이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들고 이제 송이방이 될 옷방으로 갔다. 송이를 이동장에서 열어줘야 하는데, 이동장이 열리지 않아 고생을 했다. 어찌어찌 이동장 문을 여니까 이미 송이는 긴장을 가득한 상태였고 옷장으로 슈슈슉 도망갔다. 송이에게 커다란 숨숨집이 생기게 되었다.
이후 간단하게 송이를 위한 것들을 준비했다. 물그릇, (원래 사두었던) 숨숨집, 화장실을 챙겼다. 화장실 모래를 구조자님이 부어주시고, 현관문이 닫혔다. 이제 나와 송이 둘이서 잘 이겨나가야 할 시간이 왔다.
혹여나 송이가 놀랄까 봐 송이가 있는 옷방은 거의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문을 아주 살짝 열어 잘 있나 보고, 또 살짝 열어 구경했지만 송이는 밥도 물도 마시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애가 잘 있는 건가, 싶어 옷 사이를 살짝 봤더니 ㅇ_ㅇ 이런 표정으로 날 봤다. 엄청 놀랐다기보다는 "너가 여길 왜...?"라는 표정이었다. 그때부터 송이의 뻔뻔함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애인이 집에 왔고, 애인이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간 김에 송이가 잘 있나 체크했다. 그런데 웬걸 송이가 너무 놀래서 후다다닥 도망을 갔다. 바로 옆방인 거실방으로.
처음 거실방으로 송이가 도망갔을 때 완전 패닉상태가 되었다. 고양이들이 잘 숨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잘 숨는지는 몰랐다. 아무리 찾아도 송이가 보이지 않아서 애인에게 부탁했고, 애인이 겨우 찾아냈다. 온갖 곳을 다 뒤진 것이 허무하게도, 송이는 타로 선반 맨 아래 칸에 있었다.
일단 송이가 거실 방으로 왔기에, 거실 방은 송이방이 되었다. 다만 거실 방에 송이가 올 줄 모르고 치우지 않은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게 걱정이었다. 정신없이 몇 가지 짐들을 치우고, 송이의 물건들을 다시 거실방으로 옮겼다. 다행히 송이가 애인은 경계했지만 나는 크게 경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월하게 짐을 모두 옮겼다.
중간에 송이가 잘 있나 걱정되어서 타로 선반 아랫칸을 살폈는데, 그 안에서 자세도 바꾸고 아주 여유가 태평했다. 혹시나 불안할 까봐 선반 앞을 상자로 가려줬더니, 마음에 안 든다며 상자를 때렸다. 송이에게 간접적인 냥냥펀치를 맞을 사이가 되었다니! 감격스러웠다. 그래도 싫다니까 혹시나 싶어 급하게 구한 숨숨집을 선반 앞에 놓았다.
옷방으로 유배된 애인과 나는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보통 그 시간에 잠에 들지 않는데 이상하리만치 졸렸다. 2시간인가 잤나, 약을 먹고 자려고 일어났다. 송이는 잘 있나 싶어서 거실방으로 행했다.
송이... 아주 잘 적응한 모양이었다. 방에 똥을 푸짐하게 쌌더라... 고양이 똥냄새에 많이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잘 치웠다. 그러고 나서 한숨 돌리려는데 애인이 "오줌도 쌌어!"라고 외쳤다. 고양이 오줌 냄새가 그렇게 독하다던데 싶었지만, 일단 치웠다. 고양이 똥냄새에 비해서 오줌은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화장실을 뒀는데도 화장실을 찾지 못해서 바닥에 변을 본 송이가 안쓰러웠다. 구조자님에게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화장실이 뚜껑이 있어서 무서워서 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해주셨다. 구조자님이 안 계셨으면 어쩔 뻔했는지... 바로 화장실의 뚜껑을 완전히 열어두었는데 내일은 송이가 편안하게 볼 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송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대체 어디로 숨은 것인지, 깜빡하고 열어둔 화장실로 도망갔으면 큰일이라 정신없이 애를 찾았다. 거실 방에 숨을 수 있는 곳은 거기서 거기인데, 도저히 찾아도 송이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던 중, 이번에도 애인이 찾는 자리에서 갑자기 후다닥 튀어 오르는 소리가 났다. 송이가 별 탈이 없었어서 다행이었다.
와중에 송이의 성격을 알 수 있었는데 거실방에 있을 때는 잔뜩 놀래서 도망갔지만, 옷방 입구부터는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옷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원래부터 그곳은 본인 숨숨집이라는 에티튜드였다. 하루 종일 무서워서 숨어있던 고양이가 맞는지? 송이의 뻔뻔한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 켠으로는 나의 존재는 이제 경계하지 않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또다시 거실방에 있는 송이 물건을 옷방으로 옮기고, 옷방에 있는 우리 집을 거실방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송이의 흔적을 살필 수 있었다. 내가 잠든 사이 송이는 야무지게 방을 탐색한 모양이었다. 일부러 전기장판까지 놓아둔 숨숨집은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들어갔다 나온 흔적만 있었다. 또 낮에 물을 마시지 않아 걱정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물을 마신 흔적이 있어서 물을 갈아줬다. 구조자님이 가장 걱정하셨던 밥도 야무지게 맛난 참치는 다 먹고 건사료는 반만 먹었다. 어쩜 밥 먹는 것도 지 성격대로 먹는지. 아무튼 웃겼다.
송이는 구내염이 심해서 병원에서 전발치를 하고 퇴원한 친구라 구조자님이 걱정이 많으셨다. 밥을 많이 먹어야지 빨리 낫기에, 송이가 얼마나 밥을 잘 먹나 많이 걱정하셨다. 그런 와중 송이의 식사 소식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첫날에 이렇게 잘 먹기는 힘든 일이라며 구조자님이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그러던 중 양치는 어떻게 시키지? 의문이 들어 여쭈어봤는데 구내염 전발치라서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해주셨다. 얼마나 아팠을꼬 짠하면서도, 양치를 억지로 시켜서 송이를 힘들게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기뻤다. 송이야, 이제 우리 집에서 밥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내보자.
내일은 송이가 집을 탐색할 수 있도록 장시간 동안 집을 비워둘 생각이다. 송이도 오늘 좋은 밤 보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