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시는지요? 조사 기관의 독서량 통계가 있지만 말 그대로 ‘평균’인지라 개인차가 큽니다. 제 주변에는 책 읽는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꼭 읽어야 한다’라는 편은 아니어서 그분들을 달리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책을 즐기지 않는 것은 많은 이들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렇지만 또 독서가 취미이길 바라시는 분들 역시 많습니다. 그래서 책 읽기를 시작할 수 있는, 일 년에 세 권 혹은 한 권 읽기가 목표이신 분들과 제 방법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점에 가는 것입니다.
세 시간 정도 여유가 되는 날 서점에 갑니다. 천천히 서점을 거닐며 책을 봅니다. 서점 입구 혹은 중앙에 놓인 베스트셀러와 신간도 보고, 책꽂이에 꽂힌 구간도 보고, 생뚱맞게 놓인(누군가 보다 그대로 두고 간) 책도 보고, 옆 사람이 나 앞사람이 보는 책도 슬쩍 봅니다. 유아, 어린이, 여행, 소설, 에세이, 어학용 교재, 전문서적 그냥 부담 없이 두루두루 다 봅니다. 그러다 보면 궁금해지는 책이 한 권 생깁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대형 서점을 몇 바퀴를 돌아도 당기는 책이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서점이 근거리에 최소 두 곳 정도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땐 다시 옆 서점으로 이동을 합니다. 서점의 인테리어, 책 배열, 신간 선정 등은 서점마다 다르기 때문에 두세 군데 정도 투어를 하다 보면 마음이 동하는 운명의 책이 한 권은 생깁니다. 그 책을 바로 그 자리에서 삽니다. ‘이따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굿즈 받아야지’ 하면 읽고 싶던 마음, 사실은 책을 주문하려던 마음이 사라집니다. 책을 사고 보는 것이 습관이 되면 어느 곳에서 사도 읽는 것에 무리가 없지만 아직 독서가 익숙하지 않다면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읽고 싶다! 읽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가시기 전에 싱싱 따끈따끈하게 내 손에 책이 들리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과 정성과 돈을 들여 품에 얻은 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아! 그렇지만 세 권 이상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쌓아두는 책은 마음의 짐일 뿐입니다. 가볍게 한 권이 좋습니다.
얇은 책을 삽니다.
책이 달갑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글자를 눈으로 읽는 것과 집중하는 시간이 연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김장김치 백 포기를 담글 수는 없습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도 알아야 하고, 배추 절이는 법도 알아야 하고, 갖은 재료들을 다듬고 썰 줄도 알아야 하고, 풀도 쑬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책 읽기의 첫 번째 단계는 아이들과 같이 쉽고 얇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최근에 그림 동화책 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훌륭합니다. 동화책이라도 한 페이지에 글이 반 정도 된다면 그 책을 한 번에 끝까지 읽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때문에 페이지가 적고, 글자가 큰 양서를 읽으며 독서 리듬감을 만들고 ‘다 읽었다’라는 성취감까지 맛보시길 권합니다. 그림이 많은 책과 단편도 이 단계에서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책의 주제는 정말로 다양합니다. 상소리, 시집살이 관련 책도 있으니 세상의 모든 이야기로 책을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독자도 존재하겠죠? 유명한 책만이 좋은 책은 아닙니다. 내가 읽고 싶고, 어떠한 부분(시간 때우기, 정보 얻기, 위로받기 등등)에 있어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책입니다. 때문에 다른 눈은 신경 쓰지 않고 관심분야의 책을 읽으면 됩니다. 서점에 가는 이유가 바로 이 관심분야의 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꼭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디오북 이용해보셨는지요? 굉장합니다. 공공기관에서(해당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도서관 회원으로 등록을 하면) 수천 권의 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물론 유료사이트도 있습니다. 이동시간이 긴 편이라 음악을 듣다 듣다 지루해 책을 듣기 시작했었습니다. 초기에는 들을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어서 핸드폰이 읽어주는, 띄어쓰기 잘 못하고 억양이 어색한 기계 씨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것 역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성우 분들이 워낙 잘 읽어주셔서 책 한 권 다 듣고 나면 라디오 드라마 한 편 본 느낌이 듭니다. 듣는 것이기에 읽기 능력에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제가 몇 분께 오디오북을 추천해 드렸는데 '오글거려 듣기가 힘들다'는 의견도 꽤 있었습니다. 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다만 운전할 때, 대중교통 이용할 때, 청소할 때, 손발 움직이기 귀찮거나 움지이기 어려울 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기에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도서관 회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는 '오디언 도서관'
도서관 회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락'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도 됩니다.
꼭 한 권만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권을 여기저기 두고 마음 가는 대로 읽어도 좋습니다. 책의 존재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수록 손이 덜 갑니다. 텔레비전 보듯 부담 없이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여기저기 두고 툭툭 읽어야 합니다. 여러 권을 조금씩 읽다 어느 날 하루에 두세 권의 책장을 한꺼번에 덮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하루에 몇 권의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 흐뭇의 맛을 느껴보셨음 합니다.
책을 아끼지 않습니다.
소중하다고 아끼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써야 합니다. 책을 아끼면 책이 더 부담스러워집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존재하지만 핸드폰처럼 마냥 써야 더 보고 싶고, 또 쓰고 싶어 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메모를 하는 것이 오히려 독서의 속도를 지체시킬 수는 있지만 재미를 느끼게는 해줍니다. 저는 책을 일기장으로 사용합니다. 책을 사면 가지고 있던 펜으로 간지에 책을 산 날짜와 그때의 기분을 짧게 적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에 두는 구절을 쓰기도 합니다. 접고 줄 긋고 다 합니다. 같은 책이 수천 개 수만 권 있지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이다 싶었는데 도저히 못 읽겠다 싶은 책이 있습니다.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고, 저자의 주장에 더 이상 동의하고 싶어 지지 않을 수도 있고, 뻔한 내용일 수도 있고… 이유는 많습니다. 그럴 땐 과감히 포기합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습니다. 모든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쇼핑한 물건이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소설의 경우 도입부 이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최소 70쪽 이상을 참으며 대충이라도 읽어 볼 필요가 있고, 다른 분야의 책도 대강 끝까지 넘겨볼 필요는 있습니다. 의외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숨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뒀다가 생각날 때 다시 한번 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때의 마음에 따라와 닿을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끔 “책 재밌어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런데 대답도 하기 전에 다시 질문자는 이야길 합니다. "나도 책 좀 봐야 하는데…”라고요. 그 순간의 표정이 다들 좋진 않으셔서 괜스레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책 추천이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선 주인공 이름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스스로 ‘책을 왜 읽는가’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 도피와 위로의 목적으로 책을 읽습니다.
또한 글 속에서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기도 합니다. 아래 글은 제 자신이 궁금할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자주 읽는 박완서 님의 글입니다.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앞에 가고 있으면 일부러 걸음을 늦춰서라도 같이 가기를 피했다. 구속되기 싫었다. 남을 의식한다는 게 나에게는 일종의 구속감이었다. 남한테 신경 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지독한 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유년기에 이미 형성된 버릇이었다. … (중략) … 그렇다고 내내 외톨이로만 지낸 건 아니다. 엎드러지는 친구도 생겼지만 한때였고 오래 우정을 유지한 친구는 한눈팔거나 딴생각하고 나도 그냥 거기 있는 친구였다. 정말 좋은 친구는 화제가 끊긴 동안이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가장 내밀한 소통의 시간이 되는 친구였다.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p341~342 / 박완서
“왜 책을 읽으려고 하시나요?”
글쎄요…라고 하신다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며 답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읽다 보니 좋아서 계속 책을 사고, 빌리고, 읽고, 쓰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독서가 아닌 즐거운 책 읽기 꼭 성공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