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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ug 06. 2024

스타트업, 철학 vs 돈: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시기와 시점에 관하여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접하는 어록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여기서 1인 창업자는 '혼자 빨리 갈까? 아니면 팀원을 모집해 함께 나아갈까?'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그러다 팀이 결성된 스타트업을 보며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곤 한다. 이런 장면을 몇 번 목격하다 보면 은연중 초조한 마음에, 혼자 달려 나갈 생각을 접고 팀원을 찾기로 결심한다. 이어서 목적의식은 뚜렷해지고 열정이란 동력이 마치 뇌관의 불이 붙듯 폭발한다. 이와 동시에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열정에 기름을 붓게 된다.


그러나 이 시점은 외부보다 내부 관점에서 많은 고민과 고찰을 해야 한다. 즉, 나에 대한 이해와 고찰을 깊이 하면서 기업철학을 수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나를 위한 고찰의 시간은 에너지의 밀도를 결정하고, 이는 강력한 자석처럼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작은 자석은 소수의 쇠못이 달라붙지만, 큰 자석은 더 많은 것을 끌어당긴다. 이처럼 리더의 그릇 크기가 곧 그가 거느릴 수 있는 인재의 규모를 좌우한다. 마치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태종 무열왕과 김유신 장군의 관계처럼, 뛰어난 리더는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기초 체력과 기업 철학에 관한 사항들을 수없이 고민하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팀원을 확보해 더 넓은 보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우리는 선조들의 피가 들끓고 있지 않던가? 속전속결 빨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만들고 본다. 철학은 뒷전이고 눈에 보이는 당장의 수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고대 전쟁 상황으로 비유해 볼까 한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전략의 흐름과 순서가 중요하다. 즉, 나라의 근본 이념과 통치 철학에 대한 군주의 개인적 고찰을 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는 마치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북방 정벌에 나서기 전, '광개토'라는 왕호에 담긴 '넓게 땅을 열고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철학을 먼저 확립한 것과 같다. 그럼에도 많은 군주들은 이러한 철학적 고찰이 깊은 사유를 요구하고 당장의 전리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미뤄버린다. 이는 백제의 의자왕이 나라의 장기적인 안위보다 단기적인 영토 확장에만 집중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는 철학적 고찰을 게을리한 채, 오직 눈앞의 이익만을 쫓다가 결국 나라의 멸망을 초래했다.


이처럼 우리는 1단계에서 수립해야 할 나라(기업)의 근본 이념(기업철학)을 망각해 버렸다. 2단계는 그 빈자리를 틈타 들어와 자리 잡는다. 즉, 빠른 전투 승리와 약탈을 통한 부의 축적이 1단계의 목표로 둔갑하는 것이다. 그 결과, 나라의 큰 뜻과 백성을 위한 꿈은 점차 늙은 은퇴한 장수처럼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보물과 영토 확장으로 치장된 화려한 모습만이 군주의 머릿속 비전으로 남게 된다. 물론 전쟁의 궁극적 목표가 적국을 정복(스타트업 Exit/매각)하는 것이라 하지만, 진정으로 오래 통치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왕도정치의 철학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제의 의자왕처럼 일시적 영광 뒤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전리품만을 쫓아 전장으로 나아간다. 이제 부의 갑옷을 입은 군주는 당장 눈앞의 전리품만 보는 좁은 시야를 갖게 된다.



'같은 깃발 아래 모인다(끼리끼리)'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병법서》의 저자 '손자'의 관점에서 전쟁을 해석하면 '같은 깃발 아래 모인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보병은 보병끼리, 기병은 기병끼리 뭉치고, 궁수들은 그들끼리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달리 말해, 창을 든 병사가 활을 쏘는 궁수나 말을 타는 기병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갑자기 '같은 깃발 아래 모인다'는 말과 전쟁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라의 이념 없이 맹목적으로 전리품만을 쫓아 전장에 뛰어드는 군주 밑에는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장수와 졸이 모이게 마련이다. 마치 백제의 의자왕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을 때 그의 곁에 모인 것이 아첨꾼들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군주가 전리품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군대를 일으켰다면, 그 군대의 성격은 약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그것에 끌리는 용병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렇다. 군대의 성격도 같은 군대가 아니다. 나라를 지키려는 선한 의도로 모인 군대와 약탈을 목적으로 모인 군대는 극명하게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성격의 차이를 알지 못한 채, 똑같은 군대로 여긴다.


성격이 다른 이들의 출발점은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사업)이란 것이 이길 때(매출 상승)도 있고 질 때(매출 하락)도 있다. 여기서 숨겨왔던 본성이 드러난다. 전세가 계속해서 기울게 되면, 약탈을 바라보며 모였던 용병들은 재빨리 눈치채고 도망(퇴사) 갈 준비를 미리 해놓으려 한다. 그러곤 전장을 빠져나갈 타이밍을 계산한다. 그 이유는 전리품을 보고 모였는데 전리품을 얻을 수 없게 생겼으니 목적과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나라를 지키려는 선한 의도로 모인 군사들은 전리품이 1순위가 아니기에 좀 더 오래 버틴다. 그러곤 똘똘 뭉쳐 전세를 역전시킬 방안을 함께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마치 신라의 화랑도가 나라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충성을 다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스타트업 팀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알바를 뽑을 때 통상 알바몬과 같은 곳에서 알바 모집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알바몬에 들어가서 알바를 찾는 사람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바로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1순위는 당연히 높은 급여이고 2순위는 업무 환경입니다. 이 둘을 함께 안겨줄 회사라면 최우선으로 신청을 하는 게 현실이겠죠. 문제는 주어진 환경에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게 다반사라는 점입니다."
"이에 비해 모임 커뮤니티에서 관계를 맺은 이들은 단순히 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도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겠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돈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자연스럽게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되면, 단순히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적극성과 참여 의식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되죠. 이는 그들이 처음부터 가졌던 동기와 목적의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극명히 갈린다. 실제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바를 채용해 보고, 순수 모임에서 발굴한 인재들과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목적의식에 따라 현재의 태도와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모임 커뮤니티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으려는 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와 비전을 중시하는 순수 모임이다. 전자는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개인 혹은 미래의 성장을 추구한다. 이러한 차이는 팀 구성과 기업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임에서 형성된 팀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모인 팀은 난관 속에서도 더 강한 결속력을 보인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보다는, 공통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팀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기업 철학의 중요성과도 직결된다. 돈은 결과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팀을 구성할 때, 단순히 능력만이 아닌 공유된 가치관과 장기적 비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는 초기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나는 돈을 추종하는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반대로 순수하게 돈을 바라보지 않고 이타심으로 무조건 나아가는 것 또한 잘한 행동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 둘의 중요성과 순서가 상황에 따라 가지런히 단계별로 놓여있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즉 창업을 준비하는 시점은 기업 철학을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와 미래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사고와 고찰을 통해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다음 순서에 포커싱을 좁혀 돈을 향한 목표를 상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한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요소가 '필요하다' 또는 '필요 없다'라는 이분법적 틀로 나눠지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존재다. 다만 그 시기와 시점, 순서와 위치가 다를 뿐이지. 예비 창업자가 갖춰야 할 가장 이상적인 지혜는 바로 이 모든 요소를 균형 있게 조율하고, 적절한 순서에 맞춰 나아가는 능력이라고 본다. 이런 균형 감각과 순차적 접근이야말로 성공적인 창업의 핵심이 아닐까?


화살을 쏘는 데도 시기와 시점이 있다. 이는 영화에서 장군이 "아직 쏘지 마라!"라고 외치는 대사와 일맥상통한다.


창업은 마치 긴 여정과 같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돈이라는 연료철학이라는 나침반을 모두 필요로 한다. 단순히 연료만 가득 채운 채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도, 나침반만 들고 연료 없이 제자리에 머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둘의 균형을 잡는 것,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각각에 집중하는 것(일제히 활을 쏘는 시점)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균형을 잡기는 어렵겠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우리의 그릇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1인 창업자든, 팀을 이룬 스타트업이든, 이러한 고민과 성찰의 과정은 피해 갈 수 없다.


결국, 창업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학습이다. 돈을 벌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왜 우리가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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