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대와 미래 인재상의 딜레마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졸업'에서 정려원이 위하준에게 말한 대사가 떠오른다.
학생들은 시험을 망치면 선생 탓, 잘 보면 무조건 본인 탓이라고 말해.
여기에 선생은 없어!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나는 "참 못된 학생들이네... 고마움도 모르고..."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시청자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단지 성장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다듬고 체득했기에, 뇌에서 통제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심리는 심리학에서 '자기 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 또는 '베네펙턴스 현상(beneffectance effect)'이라고 부르는데, 한마디로 나 중심이라는 소리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대가 바뀔수록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현상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울증 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는 모든 세대에 걸친 현상이지만,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대가 젊을수록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는 사회가 되었음을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젊은 세대일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사회 전반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사항이다. 그 이유는 미래의 인재상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이와 관련한 핵심 키워드를 한번 나열해 보겠다.
협동심, 문제 해결 능력, 소통 능력, 공감 능력, 리더십, 질문력, 문해력, 응용력, 관찰력, 전체력, 사고력, 논리력, 프로그램 이해, 메타인지, 실행력, 어휘력, 설득력
이 외에도 더 있으나,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들을 큰 틀에서 다시 정의해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본질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다. 즉 언택팅이 아닌 컨택팅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으며 AI 상용화로 점점 인간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상황까지 왔다. 생각은 점차 퇴화되고 직관과 안정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은 점차 자립성과 적극도는 낮아진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 직관의 시대에서 생각이란 것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사고력은 점차 퇴화되고 문해력은 떨어진다. 최근 문해력 저하가 사회의 큰 문제임을 다루는 방송이 화제인데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은 가히 충격적이다.
나는 이러한 사회 현상은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한다. 사회 전반의 대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좋은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는 미래 인재상과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많아지게 한다. Z세대, Z+알파 세대로 내려가면서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더욱 많아진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젊은 부모 세대는 우리 아이만큼은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해 아이들이 이런 기질을 갖도록 하는 데 가속 페달을 밟은 요인 또한 있다.
의존과 수동성이 높은 이들은 군대 혹은 사회에서도 많은 애로를 겪는다. 과거 세대보다 머리는 더욱 영리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 공감력, 소통력 등과 같은 리더쉽 역량은 바닥이다. 이에 《내면소통》저자 김주환 교수는 앞으로는 인지 능력보다 비인지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도 5지 선다형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을 풀고 있는 환경에 놓여 본질과 원리, 협동심과 사교성과 같은 역량을 기르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목적의 암기 교육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더욱 수동성과 의존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근 '부캐', 'N 잡', '페르소나'라는 용어들이 보편화되었다. 부업이 늘어나고 프리랜서가 대폭 늘었으며 동시에 공무원 니즈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MZ 세대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를 찾고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니즈인데 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습했던 기질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즉 수동과 능동의 대립이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강해 이타심이나 협동심 같은 역량은 매우 어려워한다.
내가 창업팀을 육성했을 때도 그러했다. 본인은 이기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사전에 공지했던 A 팀원이 있었는데 협업 프로젝트에서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이기주의에서 집단 개인주의 성향으로의 전환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또 다른 팀의 B 팀원 또한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했다. 그래서 회의만 했다 하면 불화가 끊이질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자기 기분과 생각이 중심이며 상대는 안중에도 없다. 학벌과 능력이 출중해서 함께 했던 것이지만 이것 때문에 팀 전체가 발목이 잡힌 아이러니한 상황. 결국 B 팀원이 퇴출되면서 마무리되었다.
한편, 지방에서 상경한 사회 초년생 3명이 창업팀을 결성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열악한 환경의 경험을 갖고 창업을 시작했다는 게 특징이다. 학벌도 없었고 남들처럼 기본 스펙도 없었다. 단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삶의 끝자락에서 생활을 영속적으로 이어왔을 뿐. 그럼에도 이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DNA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고 궁극적으로 팀을 우선했다. 팀을 위한 개인 희생이라는 공통된 마음이 하나가 되어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결국 투자를 받고 매출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을 통해 실패 혹은 성공을 경험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젊을수록 스타트업에 한 번쯤 도전해 보세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몇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취업을 해도 30대입니다."
다른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스타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첫째는 문제 해결 능력, 둘째는 소통, 셋째는 끈기, 넷째는 협동입니다."
또 다른 친구는 "분야의 장벽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모든 분야를 아이디어에 맞게 잘 응용해야 하는 것이죠. 디자인과 개발은 동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함께 생각해야 하며 인문과 수학은 하나입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분야별로 특화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사고하고 응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게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죠."라고 말을 끝맺는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내용 아닌가? 맞다. 스타트업은 사회가 원하는 미래 인재상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단순 창업이 아닌 미래 교육 커리큘럼의 일환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잘 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의 마인드는 나를 우물 안에 가두며 관점과 사고 또한 작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미래 인재상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문득 스타트업 팀 리더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모든 건 내 탓이다. 나에게 화살을 날려라. 내가 책임지겠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친구가 너무 멋져 보였다. 심지어 존경심마저 들었다. 나와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남에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이는 불필요한 거죽일 뿐이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무의미하게 나이를 먹는 것과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온 세월은 질적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밀도의 다름을 깨달은 나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다시 한번 반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성은 끝이 없는 듯하다.
PS)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범주다. 그럼에도 유독 젊은 세대를 기준으로 서술한 이유는 그중에서도 이러한 기질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만 그러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말자. 결국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 소통, 공감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는 모든 세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