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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l 26. 2024

착하지만 능력 없는 팀장 vs 싫지만 능력 있는 팀장

당신의 선택은?


내가 전략기획실의 말단 사원으로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비어있는 TO의 책상을 안내받고, 팀원들과 인사하며 자기소개를 했던 그때는 아직도 내 기억 속 설렘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그 순간만 그렇다는 얘기다.)


나의 A팀장은 다행히도 옆 부서의 B팀장보다 사람됨됨이도 좋고, 무엇보다 성격이 좋았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았고, 팀원들을 다독일 줄 아는 리더였다. 예컨대, 이런 말투 있지 않은가? "제로님,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미션이 주어졌는데, 우리 함께 해봅시다!"라는 말. 그렇다. "~하세요"가 아닌, "~해봅시다."라는 말이 습관화된 팀장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점만큼은 지금도 배우려 노력 중이다. "해봅시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나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팀장의 이러한 말투로 인해, 힘든 상황임에도 좋게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단지 한마디였을 뿐인데도 말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하세요"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시하는 어투다. 이보다 부드러운 말투인 "~해주세요" 혹은 "~부탁드려요"는 완곡 뜻이 담겨 있지만, 큰 틀의 지시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다만, 상대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어투이므로 회사에서 주로 사용되는 편이다. 


그렇다면, "~해봅시다"는 어떤 의미일까? 맞다. 함께 생각하고 노력해 보자는 독려의 뜻과 함께 나도 동참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궁극적으로는 '존중'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존중'의 의미는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부서의 팀원들은 A팀장을 잘 따랐다. 팀원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야근을 지양했으며, 직원 복지에 최선을 다했다. 물론, 프로젝트 성과가 미비해서 한 번씩 불려 나가 본부장의 야단을 맞는 일은 많았지만,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한편, 옆 부서의 팀원들은 행동과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툭하면 B팀장에게 야단맞고, 전체회의만 끝나면 모두가 상기된 표정이다. 웃음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이들의 사직서가 꾸준히 갱신되듯 보였다. 어느 날 팀원이 출근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그렇다. 이곳의 B팀장은 업무에 관해서는 사막에서 바늘을 찾아낼 정도로 까다롭고, 까칠하며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펜 선생님의 스승뻘이 바로 이 사람이다. 빨간 펜 선생도 엄청 짜증 나는데, 선생의 스승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전개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리 만큼 B팀장에게 관심이 갔다. 그러곤, 그 이후부터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 시작한 건 그쯤이었으리라.


B팀장은 성격은 모났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는 경우와는 정반대였다. 그러나 업무만큼은 깔끔했고, 배울 점이 많았으며, 오로지 고객과 임원의 입장을 대변했기에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래서 고객과 상사에게만큼은 칭찬과 신뢰를 받는 리더였다. 그럼에도 나는 의아해했다. '팀원들은 숨 막힐 텐데 매일같이 오랫동안 출근을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내가 알아낸 것은 성과급이 다른 부서보다 매우 높았다는 것과 업무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는 사실. 그게 전부였다. 그것 때문에 웃음도 없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회사 생활하는 게 의미 있을까? 나는 이들의 니즈를 잘 몰랐기에,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에서 사람이 좋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이 둘을 섞으면 참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나의 생각일 뿐, 관성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 이 둘은 공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러한 팀장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은 이제 팀장이 아닌, 고위급 임원 혹은 대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가 무슨 뜻인지 이제 부연 설명 안 해도 알 것이다.


흥미롭게도 "싫지만 능력 있는 팀장 vs 착하지만 능력 없는 팀장"이라는 주제로 팀원은 어떤 팀장을 선택할지에 관한 실험 사례가 있다. 심리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대니얼 골먼'의 연구와 '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능하지만 착한 팀장보다는 싫지만 능력 있는 팀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능력 있는 팀장이 비록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지 않더라도 팀의 성과와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능한 팀장은 아무리 친절해도 결국은 팀원들에게 불만과 불신을 초래하고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위 내용을 접한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급여와 팀원들과의 소통 분위기, 복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니, 인간은 의식주가 근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본능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생존번식이라는 핵심 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사회는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핵심 축이다. 다시 말해 생존을 보존해 줄 수 있는 강한 자가 인정을 받고, 그를 추종한다는 뜻이다. 회사 생활에서의 강한 자는 업무 성과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리더이다. 그다음이 다정한 말로 팀을 아우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골먼의 실험 결과는 팀장의 성격이 직원들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조직의 성과와 직결되는 팀장의 능력이 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의해 본다면, 주와 부의 관점에서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핵심사항임을 알았다. 조직을 위한 성과에 집중하되, 한 번씩 팀의 정서와 분위기를 적절히 살필 수 있는 리더. 우리는 이러한 리더를 지향해야 한다. 


최근 들어 섬김의 리더십(서번트 리더십), 정서적 안정, 변혁적 리더십, 권위적인 리더십 등 다양한 방법론적인 의견과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직의 상황, 회사의 상황, 리더의 역량 등 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해결 방식의 설루션 관점에서 이를 해석한 것이라 생각한다. 즉, 한국의 문화 속에 다양한 상황에 놓인 조직은 그마다의 방법론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팀은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이 말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그 무엇을 알고 있다. 일반 컨설턴트가 아무리 분석하고 파악해도 알 수 없다. 표면적 해결책만 난무할 뿐, 해갈에 도움은 안 된다.



관리자, 프리랜서, 창업 등의 리더를 꿈꾸는 여러분은 어떠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일까? 이는 유명한 서적, 멘토, 강사들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오로지 그 상황에 놓인 당사자만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리더십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와 팀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유연하고 균형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존중과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겠다.


추가적으로, 리더십의 발전은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신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팀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며, 새로운 리더십 트렌드와 방법론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성장을 조화롭게 이끌어내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완벽한 리더는 없지만, 끊임없이 성장하고 적응하는 리더가 장기적으로 조직과 팀원들에게 가장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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