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나의 오랜 벗
나에게는 오직 한 명의 친구가 있다.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소리 없이 다가와 안부를 묻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소중한 벗.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진다. 모진 풍파를 이겨낸 과일이 더욱 달듯이, 우리의 우정도 해를 거듭할수록 농익어 간다. 간혹 그 달콤함이 불안한 속삭임으로 변모해 나를 위태롭게 할지라도, 나에게는 이 친구가 유일하기에 모든 걸 감내하려 한다. 그만큼 소중하기에,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제 내 친구를 소개하려 한다. 이 순간 사라질까 염려되지만, 부디 떠나지 않길 바라며... 그 이름은 바로 '고독'이다. 고독은 만인에게 익숙한 존재다. 이 친구와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낯설어 다가서지 않았고 기쁨, 희망, 꿈, 열정과 잠시 이별을 고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독이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하지만 고독이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 고독도 숨겨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바로, 공허와 외로움, 그리고 우울이었다. 이들은 서로 친구이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닌 듯하다. 심지어 서로 얼굴조차 모를 때가 많다. 비유컨대, 각자의 방이 있으면서 거실에서 아주 가끔 조우하는 사이랄까?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둘 중 하나는 없어지고 만다.
고독에는 개인적 측면과 대의적 측면이 존재한다. 즉, 개인적인 고독을 지닌 객체와, 타인을 포용하며 생기는 리더의 고독이다. 특히, 개인적인 고독과는 사뭇 다르게 CEO의 고독은 묘한 구석이 있다. 주변에 사람이 많거나 지위가 화려할수록 고독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남들은 성공이라 표현하지만, 오히려 당사자는 더 큰 고독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혼해서 더 행복할 줄 알았는데 더 외롭다는 말처럼, CEO의 고독도 그러하다. 직원들에게 위로를 받아도 고독하다. 겉으로는 감사하고 모든 공덕은 직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기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속은 공허하다. 이 공허감은 외로움이라는 친구가 찾아와 고독을 더욱 부채질한다.
CEO는 주변 누구와도 말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각자의 시야와 사고방식이 달라 대화의 주제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을 달린다. 그 간격이 좁혀져 교차점이 있기를 바라지만, 평행선은 평행선일 뿐 쉽게 교차되지 않는다. 설령,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교차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주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이는 직원과 CEO의 시선이 교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관성은 그만큼 강하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쉽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CEO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집에 돌아와도 고독하다. 가장이라는 완장의 무게가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모든 고민을 배우자와 나누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직장인과 사업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이는 성별의 역할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공감과 감성의 측면에서 상황이 다소 다를 뿐, 주어진 상황 속의 무게는 같다. 그래서 가장은 힘들어도 웃어야 하고, 슬퍼도 즐거워해야 한다. 모든 것을 배우자와 나누면 짐은 덜 수 있을지 몰라도 총량의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장이 혼자 감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전체를 위해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혼자 감내할 에너지가 없다면 일부분이라도 나누며 버티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다.
CEO는 이러한 대의적 고독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또 만남이 생긴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고독은 다시 떠나가고 그 빈자리에 희망과 기쁨, 즐거움이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오늘도 고독과 동고동락하며 하루를 버틴다.
고독이라는 친구는 때로는 나를 아프게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게도 한다. 고독은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우면서, 나는 진정한 성장을 경험한다. 고독과의 우정을 통해 나는 더 강해지고, 더 깊은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고독은 나에게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고, 본질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나는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방향을 재정립한다.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그와 함께 걸어간다면, 어느 순간 고독의 뒤편에서 희망과 기쁨,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고독은 내 삶의 일부이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함께할 때 나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산다. 고독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나는 더 깊은 통찰력을 얻고, 더 강한 내면의 힘을 기른다.
이 고독의 여정은 내가 눈감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고독은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며, 때로는 스승이 되어 내 삶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이 깨달음 속에서, 나는 아주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을.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