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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21. 2024

사업계획서, 아이템 제목 설정 노하우

첫인상 효과

에피소드

      

무더운 여름날, 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김여주와 김남주의 소개팅이 진행 중이었다. 남주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여주의 마음에 무언가가 콱 박혔다. 남주의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눈빛이 여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여주는 남주에게 더욱 빠져들었다. 평범한 차림새도 세련되어 보였고, 어색한 말투마저 귀엽게 느껴졌다. 심지어 남주가 실수로 커피를 엎질렀을 때도 여주는 "괜찮아요, 당연히 그럴 수 있죠"라며 너그럽게 넘겼다. 소개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여주는 흥분된 목소리로 친구에게 전화했다.


"남주 오빠 정말 멋있더라. 지적이면서도 다정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그러나 친구의 반응은 의외였다. 

"근데 걔 원래 좀 느끼하고 더럽다던데... 너 뭐에 씐 거 아니야?"


여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혹시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따뜻한 미소 때문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이 순간 여주는 첫인상이 주는 강력한 효과를 깨달았다. 남주를 이성적으로 파악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설레는 감정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1. 첫인상의 심리적 작용


우리 주변에서 이런 '첫눈에 반한'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첫눈에 반하면 그 감정이 사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첫 만남에서의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즉, 첫인상은 이후의 관계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간은 처음 습득한 정보에 몰입하여 이후의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험에서 주장한다.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아모스와 나는 숫자 돌림판을 조작한 적이 있다. 돌림판에는 숫자가 0에서 100까지 표시되었는데, 우리는 이 돌림판이 10 또는 65에서만 멈추게 했다. 그리고 오리건 대학에서 실험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은 소수의 참가자 앞에 서서 돌림판을 돌렸고, 돌림판이 멈추면 학생들에게 돌림판이 가리키는 숫자를 적으라고 했다. 물론 돌림판은 10 아니면 65에서 멈춘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다음 두 가지를 물었다. 첫째. 유엔 회원국 중에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러분이 방금 적은 숫자보다 큰가, 작은가? 둘째.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 비율을 최대한 정확히 추측하면 몇 퍼센트겠는가?

그 결과는 놀라웠다. "돌림판에서 10을 본 참가자들은 평균 25퍼센트, 65를 본 참가자들은 평균 45퍼센트로 추측했다." 카너먼은 이를 설명하며 "이 현상은 모르는 수량을 추정하기 전에 특정 값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나타난다. (···) 이때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값을 기준점 삼아 그와 가까운 숫자를 추정치로 내놓는다" [1]


이처럼 우리가 어떤 숫자, 가격, 또는 정보를 들었을 때,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정보를 평가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이는 배의 닻을 내려 정박하게 되면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유래된 용어로써, 유사한 용어로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 '첫인상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닻 내림 효과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사용된다.


예컨대 쇼핑몰의 진열 재화에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할인을 행사하는 경우, 학교에서 1학기에 A+를 받던 학생이 2학기에도 유리한 점수를 얻는 경우, SKY대학교 출신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사업계획서상의 닻 내림 효과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아이템 제목이다. 개요 페이지 또한 첫 페이지로서의 초두효과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심사위원이 처음으로 확인하는 항목은 아이템 제목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


  

2. 아이템 제목 설정 방법      


많은 창업팀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아이템 제목을 짓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을 쏟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제목을 길게 써서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할지, 간단하게 쓰고 내용으로 승부를 봐야 할지, 아니면 아이디어 이름만 간결하게 적는 게 나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목이 첫인상을 좌우하니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제목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고민을 덜어주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과 민간 투자 제안서 등의 데이터를 모아 2~3회 이상 선정된 업체들의 아이템 제목을 분석해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패턴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패턴의 식은 다음과 같다.


아이템 제목 = 직관적( [아이디어] + [고객 니즈] + [차별 요소] + [‘브랜드명’] )  


이 패턴의 핵심은 자신들의 특별한 아이템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러나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평가자나 투자자의 주의를 끌고, 아이템의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이 패턴을 따르면 제목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공식을 적용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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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들만 보아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쉽게 이해되고 비즈니스 모델이 그려진다면, 그것은 잘 만든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첫 미팅에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아이템 제목들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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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잘 만든 아이템 제목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기술 또는 핵심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2.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다.     

3. 기억하기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4. 차별화 및 독창적이다.     

5. 부정어가 아닌 긍정어를 사용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아이템 제목 설정은 사업계획서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제시된 공식은 많은 성공 사례에서 발견된 패턴으로, 평가자나 투자자의 주의를 끌고 아이템의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 패턴을 활용하면 제목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아이템의 특징을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신중을 요한다. 모든 경우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며, 자칫 틀에 박힌 사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 패턴을 벗어난 창의적인 제목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심사위원이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제목을 평가해 보고, 주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3. 아이템 제목 설정 시 고려할 점


결국, 아이템 제목 설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접근이라 생각한다. 제시된 패턴을 참고하되, 자신의 비즈니스 특성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전체 사업계획서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브랜드 스토리와 연계하여 제목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전체 계획서를 관통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을 통해, 단순히 멋진 제목이 아닌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전달하고 평가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아이템 제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8): 183-184

[2] 김지환, 《스타트업 실전 바이블》, 부크크 (2024): 263-268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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