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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11. 2024

스타트업과 모닥불의 관계

스치듯 생각날 때


스타트업은 모닥불과 같다



캠핑할 때 우리는 모닥불을 피운다. 모닥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크나큰 통찰 하나를 얻게 되는데, 그건 바로 스타트업을 어떻게 단계별로 성장시킬지 균형에 대한 인사이트다.


한때,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라는 방송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서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은, 부싯돌로 불을 지피는 것.


불을 지피기 위한 과정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진부한 내용이니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 불은 심지에 외부 마찰이 작용해 불이 생성(불씨)된다. 이러한 불씨는 지푸라기잔가지가 있어야 불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큰 통나무를 얹고 나서야 모닥불은 안정적으로 활활 타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닥불의 화룡점정인 이 올려지면 캠핑의 낭만은 시작된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돌의 온기로 인해 하루를 편안히 지낸다.


심지, 마찰, 불씨, 지푸라기, 잔가지, 통나무, 돌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리고 스타트업(창업)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크나큰 통찰 하나를 안겨준다. 부싯돌로 불씨를 만드는 일은 방송을 보더라도 대단히 어렵게 비친다. 설령 불씨를 살렸다고 해도, 지푸라기를 구하지 못해 꺼져버리는 상황이 수 없이 연출된다. 또한 모닥불을 피우고 나서, 돌을 올리지 않아 큰 애로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잠든 사이, 모닥불이 꺼짐과 동시에 온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닥불과 스타트업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 스타트업에서는 3년을 기점으로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즈니스에서 이것을 데스벨리 즉, 죽음의 계곡이라 말하는데 그만큼 3년 이상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이러한 과정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 다시 말해 토대를 형성하는 기간으로써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모닥불에서는 불씨를 지피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3년간의 토대를 형성하게 되면 또 한 번의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는데, 바로 투자를 받아 스케일업(규모를 키운다는 뜻)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의 규모를 조금씩 키울 것인가의 고민의 장벽이 나타난다. 비유컨대, 투자를 받아 키운다는 것은 휘발유를 넣는다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스스로 땔감을 찾아 불을 키운다는 뜻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없다. 정답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모닥불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체온을 아침까지 유지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돌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돌은 스타트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바로 기업 이념과 철학,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꾸준히 자체 연구 개발(R&D)을 하는 것이 돌의 역할이다. 모닥불에서 돌은 어떤가? 불을 지피면 바로 뜨거워지는가? 아니다. 오래 달궈야 돌의 온도가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그런데 모닥불이 꺼진 후, 돌의 온기는 어떨까? 바로 꺼지지 않고 온기가 그대로 살아있지 않은가? 그렇다. 스타트업에서도 연구 개발은 본질적 차원에서 핵심 가치를 형성한다. (참고로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 또한 돌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련의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경영적, 영업적 관점에서 자칫 홀대당하기 쉽다.(단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서다.) 불처럼 기가 눈에 보이지 않거니와 온기가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단기적으로 1차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업매출이 향상되고 회사의 성장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구조조정 당한 직후이기에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전체의 성장 정체가 발생되고 결국 하향곡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대기업은 경제가 어려울 땐 반대로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단행하고, 성장괘도에 있을 때도 전체 예산의 약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즉, 돌의 힘을 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먹고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언발 오줌누기라 했던가? 경제 사이클에 편승해, 개미 투자자처럼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는 패턴의 흐름으로 윈드서핑한다. 결국, 윈드서핑을 하러 파도에 뛰어들었지만, 119에 실려 심폐소생을 당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비단 스타트업만 이러한 방정식이 적용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숙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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